방통위는 태영건설의 옥상옥 지주회사 전환을 철저히 조사하라!

<방송독립시민행동 성명>

방통위는 태영건설의 옥상옥 지주회사 전환을 철저히 조사하라!

 

 

2007년 지상파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SBS가 미디어홀딩스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책임과 독립을 기반으로 소유·경영과 방송을 분리해서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오늘, SBS미디어홀딩스 체제는 설립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가? 책임, 독립 경영, 시청자 권리 확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주주의 지배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 국민들 역시 태영건설 지배 체제의 SBS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SBS의 지배주주인 태영건설은 방송지주회사 제도가 가진 규제의 허점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과 유통 등 핵심 기능을 홀딩스에 종속시켜 SBS가 창출한 수익을 빼갔다. 언론노조 SBS본부 등 SBS 구성원들이 대주주의 이른바 이익 터널링 문제를 지적하며 투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SBS가 창출한 수익을 다시 콘텐츠에 투여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윤석민 회장 취임 직후 구성원, 시청자들과의 합의를 뒤집고 대주주의 권한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태영건설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는데, 앞으로 SBS는 SBS미디어홀딩스와 TY홀딩스라는 2개지주회사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당장 ‘사상 초유’, ‘옥상옥’이라는 수식어가 나붙고, 윤석민 회장이 자신의 태영건설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SBS를 제물로 삼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옥상옥 지주회사 체제가 윤석민 회장의 SBS 전반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단순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아니다. 방송법 상 공적 책무를 부여받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인 SBS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SBS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손실과 악영향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SBS 시청자들과 구성원들의 권리 침해로 이어진다. 당장 공정거래법과 방송관계법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주주가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SBS의 알짜배기 자회사들을 또 다시 SBS미디어홀딩스에 편입시켜 SBS에 대한 장악 체제를 완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방송법과 미디어렙법의 입법 정신과 취지를 우롱하는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주회사 위의 지주회사가 웬 말인가? 방송지주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지주회사 신설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우리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촉구한다. 법률상 규제 취지를 비웃는 SBS 대주주의 무소불위 경영, 이를 쳐다보고만 있는 SBS 경영진의 행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법과 방송관계법의 충돌, 옥상옥 체제가 방송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 소유와 경영의 독립에 기반한 방송 공공성의 실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즉각적인 조사와 점검에 나서야 한다. 올 하반기 방통위는 SBS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진행한다. 따라서 더욱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요구된다. 지상파방송을 공공성, 시청자의 권리 실현보다는 자신의 사업 영위에 동원하고 활용한 사업자를 앞에 두고 규제기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자본의 방송장악에 맞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는 SBS의 구성원들과 함께할 것이다. (끝)

 

2020년 1월 30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

(방송독립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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