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으로 인해 SBS에 미칠 악영향과 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노동조합의 지적과 경고를 선동으로 폄훼하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지난 14일 노사협의회 석상에서 다루기로 한 TY 홀딩스 관련 노동조합의 질의에 대해 무성의하고 거친 답변을 여과없이 사내 게시판에 미리 공개하며 재차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나섰다.

 사측 주장의 요지는 SBS 경영진은 TY 홀딩스 전환 계획을 지난 해 12월 중순 처음 인지했으며, 태영 측으로부터 SBS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등으로 인한 SBS 지배구조 변화의 문제는 자본시장법 상 구체적 해결 방안을 공개할 수 없으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으니 믿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사측의 이러한 답변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영진의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문서 제보자는 경영진의 거짓 주장에 어이가 없어 관련 문서를 노동조합에 전달했으며, SBS 구성원들이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과연 누가 선동을 하고 있으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지난 14일 SBS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협의회

 노동조합이 입수한 문서는 지난 2016년 6월 당시 기획팀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문서 제목은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이다. 문서 작성 시점만 봐도 지난 해 12월 중순 지주회사 전환 사실을 처음 알고 태영 측에 문의했다는 사측의 답변이 거짓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문서가 작성된 2016년은 윤석민 당시 부회장이 SBS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해 책임경영을 외치던 시점으로, SBS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비전 혁신 대신 자신의 개인적인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의 사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방안을 SBS 구성원들을 감쪽같이 속여가며 비밀리에 추진해 왔고 경영진이 여기에 부화뇌동해 왔음이 명백하다.

 이 문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당초 2017년 1월 출범을 목표로 비밀리에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 촛불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태영건설과 유착돼 있던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일시 중단됐다가 윤석민 회장의 태영건설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SBS 사유화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구성원들의 저항에 일단 한 발 물러섰다가 총선 등으로 정치적 공백이 발생하고 여론이 분산되는 2020년, 문제의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서는 태영 지주사 개요, SBS 및 계열회사 영향, 증손회사 관련 검토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돼있으며, 2016년 당시 이미 윤석민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한 태영건설의 지주사 전환이 SBS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각 항목에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우선 2번항의 SBS 및 계열회사 영향이라는 대목에서 TY홀딩스의 증손회사가 되는 SBS 자회사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에 놓여 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방송광고법상 40% 이상 지배가 불가능한 M&C를 포함해 A&T와 웨이브 등 SBS 자회사들이 공정거래법상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서에서는 이를 “TY홀딩스 증손회사 편입 대상 회사들에 대한 지분처리 이슈 발생”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TY 홀딩스 출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경영진의 강변이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임이 더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TY 홀딩스 출범으로 인해 SBS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하나같이 SBS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임을 사측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음이 이 문서에서 재차 확인되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사측은 SBS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5가지 방안을 검토했음이 확인된다. (가 안)에서는 SBS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들여 자회사 지분을 100% 사들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이었다. 윤석민 회장 개인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빈사상태인 SBS가 추가출혈을 감수하거나, 아예 미디어사업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하는 방안이다. 매각 방안 가운데는 SBS 자회사를 SBS 미디어홀딩스에 매각하는 방안까지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 방안에 대해 재고의 가치도 없는 질문이라고 밝혔으나 드러난 사실은 이 방안을 이미 3년 여 전에 검토했다는 것이다.

 (나 안)에서는 SBS 미디어홀딩스를 통한 간접 지배 체제를 파괴하고 과거처럼 대주주에 의한 직할 지배 체제로 회귀하는 방식으로 SBS 자회사 지분 문제를 해소하는 두 가지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태영건설-SBS 미디어홀딩스-SBS로 이어지는 간접지배 방식을 TY 홀딩스 – SBS로 이어지는 직접지배 방식으로 바꿔 SBS 자회사 지분 규제를 피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태영건설이냐, TY 홀딩스냐만 다를 뿐 과거 대주주의 직할 지배 체제로 완전히 회귀하는 역행이다. 2004년 재허가 파동을 거치며 SBS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와 사, 시청자 대표까지 참여해 구축한 소유 경영 분리 체제, 미디어 홀딩스를 통한 간접지배 방식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는 또한 지난 해 3월 태영건설 회장 취임과 함께 SBS와 자회사에 대한 경영개입으로 소유 경영 분리의 기본정신과 약속을 내용적으로 파괴한 윤석민 회장이 아예 제도적으로 소유 경영 분리의 틀을 파괴해 SBS를 완전히 사적으로 장악하는 형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방안이 실행된다면 올 12월로 다가온 SBS에 대한 재허가 심사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2017년 윤석민 당시 부회장은 SBS 미디어 홀딩스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발언한 바 있으며, 2019년 SBS 수익구조 정상화 논의 과정에서도 사측은 방통위의 반대로 미디어홀딩스 체제는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측도 이런 주장을 수용해 당시 수익구조 정상화 합의가 콘텐츠허브를 수직계열화하는 수순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그런데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 목적을 위해서 대주주와 사측은 자신들의 발언을 뒤집고, SBS 재허가 위기의 재발 가능성까지 있는 위험한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사측 비밀 문건에 담겨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문건에 담긴 방안들이 실제로 실행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사측이 자본시장법 핑계를 대며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3년 전 SBS 구성원들 몰래 SBS 미래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문제적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사측과 대주주가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에게 무조건 믿어 달라는 맹목적 신뢰를 강요할 최소한의 명분 조차 상실했다.

 경영진이 이미 3년 여 전부터 이런 부정적 가능성들을 검토하고도 SBS 구성원들을 감쪽같이 속이며 우리도 이번에야 알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결국 SBS의 미래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다 윤석민 회장의 사적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현재 SBS 경영의 최우선 순위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측은 명심하라. SBS는 그저 자본시장법 핑계를 대가며 대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마구 주무를 수 있는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 SBS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법인 방송법에 의해 설립되고 성장한 지상파 방송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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