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SBS 최다액출자자 'TY홀딩스' 변경승인 보류

급제동 걸린 윤 회장의 시간표

방통위, SBS 최다액출자자 ‘TY 홀딩스’ 변경승인 보류

자신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중 지주회사체제인 TY홀딩스 설립을 거침없이 밀어 부치던 윤석민 회장의 시간표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SBS에 대한 최다액출자자를 TY홀딩스로 변경해 달라는 태영건설 측의 요구를 승인 보류했다.

지난 1월, 태영건설은 공시를 통해 TY홀딩스 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이중 지주회사 체제 설립에 따른 SBS의 사업 및 수익구조 악화와 소유 경영 분리 약속 파기에 대한 우려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SBS 구성원을 대표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이중 지주회사 체제로 인해 SBS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100% 의무 지배를 충족할 방법이 없고 방송광고법 등 여타 법률과의 충돌로 미래 SBS의 정상적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유 경영 분리의 제도적 틀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TY홀딩스 설립 및 SBS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반대하는 투쟁을 강력히 지속해 왔다.

심사위원 절반 가까이 TY 유보 혹은 불허 의견…무조건 승인 의견은 0명

지난 6일부터 사흘 간 진행된 사전승인 심사 과정에서도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노동조합이 제기했던 문제점들에 대해 공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위원들은 지상파 방송 SBS의 재무구조 악화와 소유 경영 분리 파기에 따른 방송 공공성 훼손의 문제를 지적했고, 태영 측의 불성실하고 모호한 자료 제출과 답변을 이유로 9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승인 보류 내지 승인 불허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강력한 조건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조건 승인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회를 포함해 사전승인 심사 전 과정에 출석을 회피하던 윤석민 회장은 마지못해 지난 19일 방통위 상임위원 전체 회의에 비공개로 출석했다. 그러나, SBS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망스런 답변으로 일관했다.

마지못해 출석한 윤석민 회장…무책임하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

방통위에 따르면, TY홀딩스로 인한 소유 경영 분리 원칙 파괴 우려에 대해 윤 회장은 그간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지켜 왔으며,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해 회장 취임 직후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파기하고, 노사관계를 파탄냈던 윤 회장은 자신의 말을 담보할 아무런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답을 시종일관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TY홀딩스로 인한 M&C 등 SBS 자회사의 법적 충돌 문제와 공정거래법 의무 준수 방안에 대해서도 TY 홀딩스 설립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특히 태영건설의 자산 총액 10조 돌파 가능성에 따른 SBS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매각 논의가 없었다는 말과 함께 ‘10조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어이없는 답이 나왔다. 이는 태영건설의 자산규모 10조 돌파가 머지 않았다는 여러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의 말대로 자산규모를 10조원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 또는 대규모 자산 매각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태영건설 2대 주주인 머스트 자산운용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의 경영권이 취약한 상황에서 태영건설 기타 대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방통위원들 “ SBS 구성원 불안감 해소 위해 경영진은 소통강화해야”

또한 방통위원들은 TY 홀딩스로 인한 SBS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정부청사 밖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던 윤창현 본부장 등 노동조합 관계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대로 방통위를 빠져 나갔다.

결과적으로 윤석민 회장과 SBS 경영진 등 사측은 사전승인 심사위원회는 물론 방통위 상임위원회를 통해서도 TY홀딩스 체제로 인해 빚어질 SBS 수익구조와 공공성, 소유 경영 분리 체제 파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답변도 제시하지 못했고 SBS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방통위, 사전승인 의결 보류…태영 측 이행계획 제출해야 승인 여부 결정

방통위는 태영건설 측에 법적 문제를 포함해 여러 우려들을 불식시킬 이행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전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질문들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TY홀딩스 체제가 야기할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대안과 설명을 요구했던 것들과 똑같은 내용들이다. 노동조합의 질문과 문제제기를 ‘선동’으로 폄훼하며 노사갈등의 골을 키우는데 여념이 없었던 윤석민 회장과 사측이 이번 방통위의 심사과정과 질문도 ‘선동’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SBS 구성원들에 대해 불성실하고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조직의 생존권과 방송의 미래를 위협하는 TY홀딩스 문제를 밀어부친다면, 급제동이 걸린 TY홀딩스 문제는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윤석민 회장과 SBS 경영진은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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