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SBS에는 분야별로 조직 개선을 위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TF팀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 왔다. 그 때마다 많은 구성원들이 창의를 가로막는 불통과 보신주의를 넘고,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며 콘텐츠의 독립성과 자율성, 무엇보다 경쟁력을 좀먹는 현실을 바꾸고 대안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제안을 해 왔다. 하지만 TF의 결과물들이 실행에 옮겨지는 단계마다 참신한 문제의식의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면피의 시늉만이 현실을 휘젓다 자취를 감추는 용두사미의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그 과정마다 “경영상의 어려움” “허가 산업인 지상파 방송의 한계” 등등을 거론하며 개혁의 책임을 미뤄왔던 사측의 논리를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이런 악순환의 늪에 빠진 조직의 모습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대로다. 전사적인 경쟁력 추락과 시청자의 외면, 신뢰도 저하, 불투명한 미래…이야기 해 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지독한 패배감, 그러니 입 닫고 시키는 일이나 하며 월급이나 따박따박 받자는 무력감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현실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S-TF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낳고 있다. 노동조합도 비록 사측이 만든 TF의 틀이지만, S-TF가 어느 때 보다 강한 독립성을 갖고 광범위한 조사와 면담을 통해 진지하게 조직의 미래를 고민해 왔다고 평가한다.

 노동조합은 S-TF 활동의 마무리 국면에 즈음해 다음 몇 가지를 환기하고자 한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시대착오적 조직문화 타파와 조직혁신의 필요성을 사내의 어떤 주체들보다 앞장서 주장해 왔다. 노동조합이 지난 3월 말 대주주의 이사회 의장 취임에 대한 성명에서 ‘화석처럼 굳어버린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어 소통의 길을 열고 ‘윗분의 뜻’을 호가호위하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공정성을 훼손해 온 구시대적 행태를 근원적으로 뿌리뽑지 않고는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힘주어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대주주도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자율성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노사가 공히 동의하는 이런 문제의식이 혁신의 방향에 근간이 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또한 사측은 S-TF가 내놓을 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전폭적이고 가감 없는 수용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입에 단 사탕만 골라 취하고 혁신의 핵심적 문제의식을 무력화하는 식으로 후속조치들이 진행된다면 S-TF도 지금까지 있었던 수 많은 TF들과 다르지 않은 비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 주어진 몇 안 남은 기회를 걷어차는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사측이 적당한 타협과 미봉책으로 위기를 심화시키는 국면마다 올바른 방향제시와 사심없는 투쟁으로 조직의 구원투수 노릇을 해 왔다. 2004년 재허가 파동 국면의 수습이 그러했고,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정국에서의 파업투쟁, 그리고 콘텐츠 판매 주권을 되찾기 위한 지난한 싸움이 또 그러했다.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조직의 중장기적 미래와 관련해 경영진보다 훨씬 더 깊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향후 조직 혁신의 진행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책임있는 주체로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며 혁신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지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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