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24일 노보 303호를 통해 최근 태영건설의 전자공시 내용을 토대로 SBS 매각 가능성을 지배주주가 스스로 인정했음을 지적했다. 그러자 SBS 사측은 아니나 다를까 단 한치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반응을 내놨다.

 굳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나 안팎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이 밝힌다.

 

 1. 사측은 SBS 매각설의 근원지가 노보라고 주장했다.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SBS 매각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태영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부 언론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처음 제기됐다.
 올 1월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발표할 즈음에는 SBS 매각 가치가 8천억 원이라는 분석까지 쏟아져 나왔다. SBS 대주주 교체와 연관된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언론과 시장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TY홀딩스에 대한 방통위 사전 승인 과정에서도 같은 질문이 심사위원들과 상임위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SBS 매각설의 근원지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법적 충돌과 규제를 충족할 수 없어 SBS에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사익을 극대화하려는 윤석민 회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2. 사측은 "공시한 증권 신고서를 보완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구가 있었고, 여기에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쉽게 말해, 금감원의 요구는 방송법상 '10조 원' 규정으로 생길 수 있는 '법적 충돌' 문제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 구체적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으로 읽힌다.
 이 질문, 어디서 많이 봤던 것 아닌가. 그간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물었던 질문과 거울상이다.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는 금감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었다.

▲ 사측이 <알림>을 통해 공개한 금융감독의 자료 보완 요구 공문

 

이런 요구에 사측은 늘 "아직 정해진 것 없다."며 의혹만 키우며 조합원들을 불안하게 하다가, - 사실상 노동조합과 같은 – 금감원의 질문에 대해 '매각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다. 사측이 제시한 금감원 공문 <정정신고서 제출 및 자료 보완 요구>를 자세히 읽어봐도, 어떻게 할지 밝히라고 했지 '매각 가능성'을 추가하라고 한 적 없다. '매각 가능성'은 그간 조합원과 시장의 합리적 의심이었고, 사측이 '증권 신고서'를 통해 재확인한 것이다. 이게 어떻게 사측이 말하고 있는 ‘원론적 입장’일 수 있는가.


 3. 사측은 여전히 SBS 매각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다.
 윤석민 회장은 지난달 19일 TY홀딩스 사전승인 과정에서 자산규모 10조 이상 대기업에 대한 지상파 방송 지배 금지 규정을 어떻게 준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10조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SBS 사측은 윤석민 회장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고 법을 지킬 생각이 없으니 법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사전승인 절차가 끝나자마자 안면을 바꾸고 나선 것이다. 방송법에 10조 이상 대기업에 대한 지상파 소유 제한 규정을 둔 것은 한국사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재벌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방송을 사유화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방송민주화의 정신을 담고 있다. 윤석민 회장이 거대 재벌도 되고 싶고, 지상파 방송도 지배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규정이 아니다. 둘 중에 하나만 하기 바란다.

 또한 지난 30년 SBS의 영향력을 건설자본의 사익추구를 위한 정관계 로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SBS에서 수천억 원대의 방송수익을 빼돌렸던 태영건설과 윤석민 회장에게 10조 규제 완화라는 특혜를 주자는 데 동의할 국민과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태영건설과 윤석민 회장이 10조 규제 완화를 요구하려면 적어도 경영위기와 제작비 고갈로 사원들 호주머니 쥐어짜기에 급급한 SBS에서 빼돌린 수익 수천억 원은 되돌려 놓고,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괴로 쑥대밭을 만든 SBS 정상화 방안부터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 아니면 태영 스스로 자산을 매각하든, 그룹 계열 분리를 하든 알아서 10조 규제를 준수하기 바란다.

 

 4. 사측은 방통위가 부가한 TY홀딩스 변경 승인 조건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방통위는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TY홀딩스 사전승인 조건으로 부가했으며, 조건 준수 여부는 연말 재허가와 연계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측은 지배주주의 사적 이해를 대변하는 10조 소유 규제 완화를 위해 ‘노사를 막론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0조 규제는 주주의 소유에 대한 규제로 윤석민 회장이든 태영건설이든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윤 회장의 민원 해결을 위해 SBS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문제적 사고가 아니고서는 노동조합까지 대주주 수발을 들라는 논리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사측이 대주주의 민원 해결을 위해 SBS의 인적자원과 기능을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의 파괴이며, 이는 방통위 승인 조건 위반에 해당한다. 이를 무시하거나, 무력화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장 무거운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SBS 재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사행위이기 때문이다.

 

 5. 방통위는 TY 홀딩스 사전 승인 조건으로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 협의’을 부가했다.
 사전승인 대상이 TY홀딩스인 만큼 조건 이행의 당사자는 당연히 지배주주인 윤석민 회장 임을 노동조합은 이미 명확히 밝힌 바 있다.
 SBS 경영진은 지난 2월 노사협의회 석상에서 이미 주주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책임도 권한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한 바 있고, SBS 미디어 홀딩스 역시 방통위 승인 조건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벌써 3년 가까이 직접 대화를 회피하고 있는 윤석민 회장이 또다시 권한 없는 자들 뒤로 숨으려 한다면 이는 스스로 밝힌 매각 가능성이 그저 가능성이 아님을 입증하는 일일 뿐이다. 끝.

 

2020년 6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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