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PCM 문제가 이처럼 꼬이게 된 배경으로 보도본부 수뇌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 제작 당사자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PCM 도입 문제를 밀실에서 논의하고 PCM 도입에 따른 보도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도,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보도본부장 교체 이후 보도본부 내부에서는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져 왔다. 차곡차곡 쌓여왔던 난맥상이 PCM 문제 대응을 놓고 밖으로 드러난 것뿐이다. 현 보도 수뇌부는 경쟁사에 큰 폭으로 뒤지고 있는 보도 신뢰도와 경쟁력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경쟁사의 편성 변화에 따른 어부지리말고는 전략이 전무하다.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각종 보도상을 싹쓸이하며 방송뉴스를 선도하던 기개와 활력은 이제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내부 비판에 못 이겨 TF를 급조하고 일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으나 이 또한 냉소와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보도 혁신 TF에 참여했던 조합원들 조차 “뉴스 혁신과 심층성 강화라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무늬만 혁신이지 아무것도 없다. 이럴 거면 TF는 뭐하러 했나”고 비판하고 있다.  조직 개편에 따른 후속 인사 내용 역시 보도 혁신 의지를 담보할 인물에 대한 발탁은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단행된 보도본부 인사 과정에서 보도 공정성과 방송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실천 경력이 부재한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되는 등 퇴행적 인사로 인해 조직 경쟁력과 SBS 브랜드 이미지 강화, 미래 전략 수립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이미 예견한 바 있으며, 이는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PCM 사태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유감’이니 ‘불찰’이니 논란이 빚어지고 난 뒤 마지못해 내놓은 말들은 8뉴스 PCM에 대한 어설픈 대응으로 구성원과 SBS가 입은 상처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불통과 무대책이 빚을 파열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도본부 수뇌부는 이번 PCM 관련 사태에서도 지난 7개월 여 동안 보여준 실책을 고스란히 반복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실책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위기를 뛰어넘을 전략과 실천방안은 고사하고 조직을 다잡을 실력이 모자라면 제발 구성원들의 목소리라도 충실히 들어 보기 바란다. 그도 못하겠으면 책임을 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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