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메인 뉴스에 대한 PCM 도입 문제가 이처럼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은 도입 여부를 떠나 추진 과정 곳곳에 불통과 전략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 사실을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뉴스 제작 당사자인 보도국 구성원들 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외부에서 먼저 시작된 광고 판촉과 언론 보도, 시민단체들의 성명을 통해 거꾸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측은 JTBC와 MBC 등이 이미 메인 뉴스 PCM을 도입했다는 점과 불법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으나, 방송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들의 시청권 훼손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민사회가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번에 8뉴스 PCM 문제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 언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중간광고 문제를 포함해 지상파 비대칭 규제 해소에 대해 SBS 노사와 다르지 않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그러나 메인 뉴스 심층성과 탐사보도를 대폭 강화하면서 메인 뉴스 편성을 1,2부로 나눠 광고를 삽입한 경쟁사들과 달리 보도 경쟁력과 신뢰도 강화, 심층성 강화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과 공론화 과정 없이 느닷없이 PCM부터 도입하겠다는 SBS 사측의 행태는 입으로는 방송의 주인이 시청자라고 말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시청자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중간광고 도입 등 비대칭 규제 해소에는 찬성하면서도 SBS의 PCM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땜질식 대응으로는 문제를 덧나게 할 뿐이다. 뉴스 프로그램도 광고수입을 올리는데 집착하다 보면 늘어나는 수익은 변변찮고, 방송사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다. 자칫하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코로나 위기 속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광고판매 실적이 7월 들어 경쟁사에 뒤지면서 어떻게든 단기실적이라도 끌어올리려는 경영진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수익 확대를 업무 목표로 하고 있는 담당자들 입장에서 PCM 확대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준비와 설명, 설득의 과정을 통해 내부 공론화하고 뉴스 경쟁력 강화 전략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안팎의 조력을 받으면서 시행할 수 있었던 일을 불통과 전략 부재 속에 밀어부치다가 매를 자초한 셈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1일 티와이홀딩스 사전승인 당시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공성 실현과 관련된 내용을 법인 정관에 반영하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윤석민 회장이 SBS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전승인 조건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방송 공공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메인 뉴스 PCM 도입 문제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티와이홀딩스 사전승인 조건은 연말 SBS 재허가와 연계돼 있다. 스스로 자초한 여론의 뭇매 속에 재허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다. 

8뉴스 PCM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떠나 ‘무슨 일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급해도 일에는 순서가 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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