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장마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다들 건강히 지내고 계신지요?

본부장에 취임한 지 3개월이 다 돼서야 늦은 편지 한 장 조합원 여러분께 올립니다.

15대 노동조합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조합원 여러분들과 호흡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조합원이 건강해야 노동조합이 튼튼하다는 믿음으로 진행된 2차례에 걸친 계단 오르기 행사에는 벌써 2백명 가까운 조합원들께서 참가해 주셨고, 지난 11일 열린 첫 조합원 캠핑 한마당에도 30여 조합원 가족 백여 명이 함께 해 어느 때보다 돈독한 동료애와 가족애를 느끼는 자리가 됐습니다.

누가 참여하겠느냐는 가슴 한 켠의 회의와 의심을 넘어 건강하고 즐거운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결국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는 낙관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기꺼이 함께 해 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시고 힘을 실어주실 조합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저는 20대 국회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MBC와 KBS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 노조 차원의 논의에 여러 차례 결합해 왔습니다. 도대체 SBS가 추락한 MBC, KBS와 무슨 상관이냐, 혹은 경쟁사들이 죽을 쑤고 있으니 우리에겐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MB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년 간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온 언론자유에서 SBS는 단 한 걸음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이제 저널리즘 교재에나 들어있는 이상으로 전락했고 내부의 건강한 토론과 의견은 묵살된 채 불통의 악순환이 계속되며 조합원의 양심과 방송이 괴리되는 일들이 빈발해 왔습니다.

일부 뉴미디어 콘텐츠들이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청와대와 재벌 등 한국사회의 핵심 권력을 다루는 입장과 시각은 망가진 공영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공영방송의 추락과 함께 SBS의 공정방송과 저널리즘의 수준도 하향평준화 하면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조직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런 지상파 방송의 추락과 불공정 방송은 중간광고 문제를 포함해 사측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별적 규제 철폐 문제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입만 열면 지상파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에서는 방송 공정성은 내팽개치고 돈만 벌면 그만이냐!’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에 우리는 늘 마땅한 변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15대 노동조합이 출범 당시 내걸었던 공정방송의 실현이 곧 SBS의 경쟁력이라는 구호는 바로 이런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언론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온갖 불량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시대에 ‘할 말 하는 언론’,  ‘성역 없는 비판과 견제’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실천하고 최소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상파 방송 SBS의 콘텐츠들은 어디서도 미래 경쟁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방송 확립 노력을 배가해 나가려 합니다. 

우선 공정방송을 구현하기 위한 수많은 노사합의를 실천으로 옮겨 나가겠습니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제도를 현실을 바꾸는 도구로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조합원들의 의지와 공정방송이 결국 경쟁력이라는 확고한 의식이 노사를 막론하고 뿌리 내릴 때 우리 일터 SBS는 진정 국민적 신뢰 속에 미래를 담보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오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공정언론 다시 시작입니다.’ 콘서트는 앞서 설명 드린 여러 이유로 그저 공영방송이나 해직 언론인들만을 돕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일터 SBS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다짐과 공정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동료와 함께 열린 광장에서 시대와 호흡하는 자랑스런 SBS 조합원이 돼 주십시오.

두서없이 글이 길어졌습니다.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힘을 모아주십시오!!

윤창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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