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 은모래가 돌아오는 날..4대강에 정의가 회복됩니다

-공방위 리포트-

2016-09-12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이번호 '공방위 리포트'는 언제나 공정방송을 꿈꾸는 선임기자에게서 온 편지를 싣습니다>

 취재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 뛰어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논설위원’으로 자리가 바뀐 지 6년8개월 만입니다. 새 직무는 ‘선임기자’입니다. 2010년 이전 현장 누비던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권력과 돈, 지식과 정보를 가진 집단이 자기네 이익 누리기 위해서 억지 부린 사건들은 잊을 수 없습니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은 ‘대운하-국토개조’를 공약으로 걸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국토 자연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사안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언제 어떻게 추진하나, 권력은 ‘결정된 바 없다, 이제부터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며 안개만 피웠습니다. 뒤로는 비밀리에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다 세워놓고 밀어붙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권자 국민을 속이는 권력의 행태를 SBS는 입수한 비밀 문건을 제시하며 보도했습니다. 좀 더 상세히, 길게 전하고 싶었지만...아쉬움이 남습니다. 특종 첫 보도는 SBS가 냈지만, 대개는 ‘한겨레’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운하’가 국민 여론의 지탄을 받자 권력은 ‘4대강 살리기’로 포장을 바꿨습니다. 대운하 사업으로 강모래를 긁어내 골재로 팔면 국민 부담은 없다던 정부가 ‘4대강 살리기’로는 22조 원이 든다고 손을 벌렸습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강의 자연스런 물길을 존중해야 한다던 공무원, 학자들이 새 정권에서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습니다. 주장을 검증하고 모순점을 찾는 것 역시 언론의 몫입니다. 진상을 밝혀내 시청자 대중,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우리를 비롯해 대다수 매체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안 했는지도 모릅니다. 22조 2천억 원을 쏟아 부은 4대강은 사업 당시 정부와 부역하던 전문가 집단, 언론의 주장처럼 맑은 물 넘실대는 아름다운 환경을 이뤘나요?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바뀐 것은 없습니다. 2014년 12월 ‘4대강사업 정부조사평가위원회’ 발표로도 ‘홍수조절기능은 거의 없고, 보 때문에 수질에 문제가 있다’고 나왔어도, 정부는 근원적인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강에 시퍼렇게 녹조가 끼고, 물고기가 죽고, 수돗물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언론은 그때그때 발생 현상 보도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본분에 충실한 언론이라면 사태를 야기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미 종편 매체 한 곳에서는 앵커가 시청자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하고 취재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겨레의 것이며 미래 세대의 것이기도 한 국토 자연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처럼 마구 다룬 사람들에게 역사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을 호도한 언론과 언론인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깨어나야 합니다.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우리가 눈 감고 다루지 않는다고 시청자 시민 대중이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이미 대중은 언론 매체 종사자인 우리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알고자 하고, 대중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를 모아 정리하고 전달함으로써 여론이 형성되도록 도와드리는 것, 우리가 수행해야 할 기본 책무입니다. 경제 발전과 성장은 필요하지만, 자연과 환경을 더럽히고 망가뜨려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그런 발전, 성장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누리는 것만큼 우리의 후대도 누릴 자연과 환경을 유지하고 지키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퍼렇게 멍든 4대강에 다시 은모래 금모래가 반짝이도록 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SBS 구성원들이 뜻과 힘을 합쳐 정의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선임기자’로서 그 대오에 저도 앞장 설 수 있다면 32년 언론계 봉직한 기자의 마지막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박수택  -보도본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