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면 미래가 보이는가
대주주는 대화거부하고 사측 실무자들은 ‘임금삭감’ 군불 지펴
최근 들어 일부 팀장급 인사 등 사측 실무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임금 삭감을 공공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노동조합 사무처에도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전없이 비용 쥐어짜기로 일관하고 있는 경영진이 이제 임금까지 손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SBS 경영진은 제작비와 업추비 등을 일괄 삭감하는 등 비용 쥐어짜기를 통해 ‘무늬만 흑자’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 규모를 줄인데 이어 비상경영에 따른 긴축으로 마른 수건이 가루가 될 지경이지만, 미래 생존에 대한 근본적 고민없이 그저 눈 앞의 흑자를 위해 구성원들의 임금을 손 봐야 한다는 위험한 논리를 사측 실무자들이 마구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SBS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미디어 시장의 변화 양상은 당장 급하다고 직원들 임금을 깎아 해결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SBS 콘텐츠 투자 규모의 100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공격적으로 쏟아 붓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이미 섭렵하고 있고,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투자 규모 역시 SBS를 추월한 지 오래다. 임금을 깎아 경영진이 단기 실적을 챙기는 것 말고는 긍정적 효과는 하나도 기대할 수 없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구성원들의 사기저하와 노동 의욕 상실을 부추겨 위기를 부채질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더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최근 12년 동안 6차례나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대주주의 사익 추구로 인한 SBS 수익구조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200억 원대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기본급 동결을 통해 미디어 격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통을 전담하다시피 해 왔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사측 실무자들이 ‘임금삭감’의 군불을 지피는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 이는 사측 관계자들이 보기에도 가장 극단적인 비용 쥐어 짜기 형태인 임금삭감 말고는 스스로 대책이 없다는 고백이자 자신들이 보기에도 대주주에게 기대할 만한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토설이다.
과연 지금의 국면에서 구성원들의 임금을 손댄다고 해서 SBS에 무슨 미래의 돌파구를 열 수 있으며,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답은 자명하다.
상황이 이런데 지난 30년 간 SBS를 통해 엄청난 자본 축적에 성공한 대주주 윤석민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대화 조차 거부한 채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분명히 밝힌다. 지금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결정권자는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이다. 윤 회장이 과연 SBS를 위한 자구노력에 동참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떠한 자구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등을 종사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하라는 것이 방통위의 TY홀딩스 사전승인 조건의 핵심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윤석민 회장은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