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방송 대주주의 현주소를 말하다
14일 전국언론노조 ‘언론노동자 결의대회’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전국 노동자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언론 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주주의 언론 사유화 저지! 언론 독립 쟁취!'를 핵심 구호로 내건 이번 집회에서는 언론노조 각 언론사 지본부가 모여 한 목소리로 대주주의 전횡을 비판했다. 결의대회 장소가 태영빌딩 앞인 것 역시 그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사를 폐업하겠다며 노동조합을 협박하고 있는 OBS 대주주의 사례, 재허가 서류에 잉크도 마르기 전 방송사업을 반납하고 폐업을 선언한 경기방송 대주주의 사례, 고(故) 이재학 PD의 사망 책임을 부정하는 CJB 청주방송 대주주의 사례 등 다양한 증언이 나왔다. 이들 대주주들은 언론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취급할 뿐,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 나아가 언론 노동자의 미래에 무관심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SBS 역시 같은 비판이 나왔다. 언론노조는 결의문에서 "태영건설과 윤석민 회장은 자본이 어떻게 언론을 쥐락펴락하며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현 본부장은 "TY홀딩스 체제는 대주주가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SBS 구성원에게 그 리스크를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간 수익을 가져간 만큼, 대대적 재투자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는 모든 언론 노동자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 기자회견
올해 SBS를 비롯한 민영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방송독립시민행동이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허가 과정에서 종사자 대표의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재허가 과정에서 종사자 대표의 의견 진술을 주장한 것은 민영방송 대주주들의 전횡과 관련이 있다.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방송 노동자들의 의견이 묵살돼 왔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주주 한 마디로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사장, 대주주의 손바닥 안에서 구성되는 경영진이 작성한 계획서와 의견은 노동조합 등 종사자 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며 "방송을 황폐화시키는 자본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방통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의 책무는 자신의 지위와 세습에 골몰하는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라며 "대주주 방패 역할을 하는 심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SBS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수차례 파기되어 온 대주주의 소유와 경영 분리, SBS의 미래가치 훼손 없는 자회사 개편안 등 경영계획 마련, 이에 대한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 협의는 재허가 심사를 앞둔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