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강력한 조건을 부가하라

대주주 책임 '재투자'로 강제해야

2020-12-17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SBS가 재허가 탈락 점수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SBS의 재허가 심사 점수는 641.55점으로 합격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문가 12인으로 재허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11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8일 동안 재허가 심사를 했다.

이 점수는 재허가 거부 혹은 조건부 재허가 요건에 해당된다. 합격 점수 미달에 따른 추가청문절차는 지난 14일에 진행됐다. 방통위는 내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재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조건부 재허가' 가능성이 높다. 핵심 쟁점은 재허가에 어떤 조건이 붙느냐 일 것이다.

재허가 심사는 '방송의 자격'을 묻는 동시에 '대주주의 자격'을 함께 심사하는 절차다. 태영건설은 지난 30년 SBS를 지배하며 자본 팽창에 성공했다. SBS 구성원들은 늘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왔지만, 그 과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TY홀딩스 체제는 이런 수익 유출 구조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위기, 지상파의 위기 속 그간 얻어간 과실을 되돌리기는커녕 더 가져가려는 시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노동조합은 대주주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은 이미 지난 10월, SBS의 새로운 30년을 위해 대대적 재투자를 핵심으로 한 '6대 요구'를 제시했다. 노동조합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6대 요구 수용 결의안'을 채택했다. 나아가 지난 11월 9일부터 '대주주의 재투자를 위한 SBS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천 명에 가까운 구성원들이 서명했다. 비용 삭감으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 나아가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확대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간절함이 모인 결과였다.

대주주와 SBS 경영진 역시 콘텐츠와 디지털, 글로벌 이른바 '콘디발'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윤석민 TY 홀딩스 회장은 종사자 대표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대표자들과의 만남에서 '콘디발'이란 말을 정확하게 10번 사용했다. 대주주는 "콘디발이라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고,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콘디발로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콘디발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콘디발의 전제는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와 국내 미디어 재벌에 대항해 대대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길 밖에 없다. 당연히 지난 30년 SBS 성장의 최대 수혜자인 TY홀딩스와 윤석민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TY홀딩스에 대한 방통위 사전승인 조건 이행을 위한 알리바이용으로 급조된 대주주와의 형식적 만남 자리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본확충, 투자확대의 의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공은 방통위로 넘어 갔다. 재허가 정국 속에서, 방통위는 대주주의 자격을 가늠할 지렛대로 SBS 구성원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대대적 재투자'를 삼아야 한다. 사실상 재투자 '명분'에는 공감한다는 빈 말의 성찬 속에, 정작 재투자을 위한 행동을 꺼리는 대주주를 향해, 규제 기관인 방통위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SBS의 미래가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그 이익이 SBS 구성원들과 방송의 주인의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약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 소유경영 분리 및 독립성 강화 제도적 장치 의무화해야

또한 윤석민 회장 취임 이후 무너진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다시 확고히 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들이 이번 재허가 심사를 통해 반드시 재건돼야 한다. 
TY홀딩스 체제로 인한 SBS 자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배구조 재편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2008년 소유경영을 분리한다는 거짓약속으로 SBS에서 SBS미디어홀딩스로 유출시킨 자산과 기능은 다시 SBS로 환원하는게 순리다. TY홀딩스 체제로 방송산업을 지배하겠다면 사분오열 흩어진 방송제작 기능과 유출 자산을 SBS로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자본 선순환을 가능케 하도록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TY 홀딩스는 과거 태영건설이 그랬던 것처럼, SBS를 직접 지배하게 된다. 소유경영 분리의 형식적 틀인 SBS 미디어홀딩스를 없애야 SBS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필연적으로 과거회귀, 소유경영 분리 체제의 붕괴에 따른 부담을 초래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유경영 분리를 강화하고 대주주 전횡 등으로부터 경영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 어떠한 독립성과 투명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현행 감사위원회는 해체해야 한다. 방통위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법 제정 취지에 입각해 대주주, 이사회, 경영진으로부터 완벽한 독립성을 확보한 독립 감사를 선임하도록 재허가 조건에 명시해야 한다. 방통위는 또한 사측의 농간으로 축출된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복수로 선임해 대주주 견제를 통한 경영 감시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강력한 재허가 조건으로 SBS 사측과 대주주에 부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