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돌아보는 노동조합의 2020년

2020-12-24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투쟁을 시작하다

2020년 1월 22일, 태영건설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TY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설립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TY홀딩스 체제는 그룹 전체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다. 나아가 SBS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벌어온 수익이 SBS의 밖으로 유출될 위험성을 떠안고 있었다. 그간 빠져나간 SBS 수익만 하더라도 수천억 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투쟁이 시작됐다. 'TY홀딩스 투쟁'은 2020년 노동조합 투쟁의 시작과 끝이었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SBS의 주인이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바뀌어도 괜찮은지 심사에 들어갔다. 최다액출자자 변경 사전 승인 심사였다. 심사가 시작된 5월 6일부터 노동조합은 거리로 나갔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태영건설, SBS 방송 센터 앞에서 'TY홀딩스 중단'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성실 협의' 조건을 얻어내다 

6월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TY홀딩스를 사전 승인했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TY홀딩스 체제로 SBS의 재무 건강성과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사자 대표와 협의하라"고 못박았다. '이행 각서'에 직접 서명한, 대주주에게 부여한 조건이었다.
 
노동조합은 대주주와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태영건설은 7월 15일 주주총회에서 TY홀딩스 지주회사 전환을 의결했지만, 성실 협의와 관련해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결국, 노동조합은 7월 21일 내용 증명을 보내 대주주가 직접 협의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그 이후로 2번 더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성실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직접 협의' 투쟁을 시작하다 

9월 1일 TY홀딩스가 출범했다. 노동조합은 방통위 이행 각서에 서명한 당사자인 대주주가 직접 나오지 않는 협의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TY홀딩스 측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대주주는 협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노동조합은 다시 거리에 나섰다. 10월 7일부터 3주간 태영건설 앞에서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개혁시민연대도 함께 했다. 노동조합의 구호는 간단명료했다. 대주주가 협의 테이블에 직접 나오라는 것이었다.

 

 재투자를 요구하다

지난한 거리 투쟁이 계속됐지만, 노동조합은 여기에 그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원래부터 노동조합 요구의 종착지는 '재투자' 문제였다. SBS의 수익이 밖으로 유출되는 구조를 청산하고, 콘텐츠 기업으로서 대대적인 재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장 협의가 어렵더라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로드맵 대로 추진했다. '새로운 30년, 우리 다시 꿈꾸자'를 재투자 운동의 캐치프레이즈였다. 10월 26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재투자를 핵심으로 한 '6대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리고 11월 9일, 대주주의 재투자를 위한 SBS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목동 방송센터 로비에 좌판을 깔고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서명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 명에 가까운 SBS 구성원들이 서명했다. 구성원들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한 데 모인 결과였다.

 

 대주주를 만나다

노동조합은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대화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힘 닿는 데까지 대주주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성실 협의'는 방통위가 대주주에게 부가한 조건이기 때문에, 이를 무산시켜도 아쉬울 게 없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SBS 구성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실익이기 때문에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밑에서 TY홀딩스 실무자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직접 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10월 25일 노동조합과 대주주의 만남이 성사됐다. 대주주가 노동조합과의 대면에 응한 것은 2017년 10월 사장임명동의제 합의 이후 3년 만이었다. 하지만, 별 다른 실익은 없었다. 대주주는 "SBS에서 발생한 이익은 이미 상당부분 SBS에 재투자됐다"고 밝히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TF를 구성해 노사 간 논의해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재허가 조건을 얻어내다

결국, 노동조합의 시선은 방통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11월 23일부터 진행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SBS는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고, 노동조합은 대주주의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조건을 부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건부 재허가 결정이 나왔던 지난 18일까지 방통위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갔다. 그렇게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이 나왔고, 노동조합의 2020년 투쟁은 마무리됐다. 다시 공은 노사 간의 '협의'로 넘어 왔다.

 

노동조합 2020년 투쟁의 핵심 키워드는 ‘TY홀딩스’와 ‘재투자’였습니다. 방통위와 태영건설 앞에서 진행됐던 장외 집회, 로비에서 벌였던 서명 운동, 사실 녹록지 않은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노동조합이 외롭지 않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조합원 여러분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노조가 옳다" 칭찬도 해주시고, 때로는 "가능하겠느냐"며 함께 고민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투쟁 중간 건네 주셨던 커피 한 잔, 외투 주머니에 몰래 넣어 주셨던 손 난로, 힘 내라고 사다 주신 피로회복제, 정말 감사했고, 감동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쉽지 않았던 2020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