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대주주와 사측의 퇴행을 바로 잡을 기회입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정형택 본부장입니다.
선선한 바람과 파란색 하늘을 보면 가을이 가까웠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 일터까지 불어오기를 바라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측은 여전히 사장 임명동의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10.13 합의’가 파기됐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단체협약에서 임명동의제 조항을 삭제할 것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를 막고 소유 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노사 합의로 이뤄낸 값진 성과를 합의의 주체인 사측이 폄훼하는 자기부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있던 담장마저 허물어 종사자들의 불안을 키워 놓고, 대주주는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SBS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지주회사의 간접 지배(태영건설 → SBS미디어홀딩스 → SBS)에서 건설과 방송이 융합된 TY홀딩스의 직접 지배(TY홀딩스 → SBS) 아래 SBS를 놓으려고 합니다. 창사 이래 대주주의 숱한 방송 사유화를 겪은 우리는 TY홀딩스 체제에서 소유 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이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실시한 전 조합원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TY홀딩스 체제가 소유 경영 분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런 점을 우려해 지난해 6월 TY홀딩스 조건부 사전 승인을 하면서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 등 5개 항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해 12월 재허가 심사에서도 “2017년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노사 합의사항을 성실시 이행할 것” 즉, ‘임명동의제와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포함된 10.13 합의‘의 성실 이행을 사측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와 사측은 소유 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강화하기는커녕, ‘10.13 합의’ 파기라는 퇴행적 행태를 보였습니다. 임명동의제를 지우겠다며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담긴 단체협약을 볼모로 삼았습니다.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 역시 없앴습니다. 노사 합의를 파기한 것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를 상대로 한 확약을 저버렸으며, 규제기관의 승인 조건마저 무시해버렸습니다.
노동조합은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TY홀딩스 최종 승인 심사 기간, 대주주와 SBS 사측의 폭주를 멈추고 퇴행을 바로 잡는 투쟁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구성원들의 강력한 바람대로 SBS가 공기(公器)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소유 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승인 조건을 부가할 것을 방통위를 상대로 가열차게 압박할 계획입니다.
존경하는 SBS 본부 조합원 여러분, 노동조합은 우리의 일터가 공적 책임을 다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항상 깨어 있을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 굳건히 걸어가겠습니다. 함께 걸어주십시오.
2021년 9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 정형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