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흔들리지 않겠습니다. 행복한 추석 되세요."

2021-09-17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정형택 본부장입니다.

연중 가장 풍요롭다는 명절 추석, 행복한 계획들 품고 계시죠? 노동조합도 우리의 일터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엄과 가치, 미래를 위한 길에 멈춤 없이 걸어가겠습니다.

TY홀딩스 체제에 대한 우려가 확인됐습니다.

지난 6일부터 SBS 최대주주가 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변경되는 것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심사가 진행됐습니다.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뤄지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SBS는 미디어 지주회사의 간접 지배에서 건설과 방송이 융합된 TY홀딩스의 직접 지배 아래 놓이게 됩니다. 노동조합은 방통위 앞 1인 시위와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사회와 연대한 기자회견, 성명서 배포 등을 통해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소유 경영 분리의 훼손과 재투자의 부실함을 지적했습니다.

7일에는 제가 종사자 대표로 심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소유 경영 분리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대주주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 제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심사위원회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 실현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미흡하고, SBS 지원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SBS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우려와 인식을 같이 한 겁니다. 결국, 방통위는 15일로 예정됐던 TY홀딩스 변경 승인을 보류했습니다. 방통위가 심사위 판단대로 TY홀딩스의 지상파 SBS 지배 자격을 엄격히 검증할 것으로 믿습니다.

협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게 아닙니다.

노조는 지금까지 사측과 15차례 단체협약 협상을 성실하게 진행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작은 진전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건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조의 진정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선의에 화답하기는커녕 무단협시 조합 활동을 방해하겠다는 엄포부터 놓고 있습니다.

사측은 반복적인 알림 글에 이어 급기야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에선 ‘무단협이 되면 근로시간 면제, 조합비 공제, 조합 사무실 등 조합 활동을 포함해 단체협약의 모든 내용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노골적으로 노조활동을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사측 스스로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처럼 단체협약 해지 통고 사유가 노조 탄압에 있지 않다면 구태여 상기 내용을 강조하며 공문으로 보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전임자를 복귀시킬 수 있다는 등의 위협으로 불안을 키우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불신과 분열을 조장해 종국에는 노조를 파괴하는 SBS 뉴스에서 나오던 악덕 기업의 행태를 사측이 자행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되레 무단협시 사측이 새롭게 부담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협상에 진정으로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노조를 겁박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입장 차를 줄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노조는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구성원들과 회사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싸움을 왜 하고 있는지 기억합시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되새깁시다. 함께 하는 동료들을 믿고 지치지 맙시다. 우리가 가는 길에 소홀하지 맙시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풍요롭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2021.9.17.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