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행동만이 바꿀 수 있습니다 

2021-10-25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행동만이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저항하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공정방송을 파괴하기 위해 노동 탄압에 앞장선다는 오명에 부끄러워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헌신짝 버리듯 한 사측의 저열함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을 무시하는 악의로 가득 찬 사측의 알림 글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노조가 전달하는 유인물을 꼼꼼히 읽으며, 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의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우리는 사측의 퇴행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언론계 원로 선배들과 현직 언론사 동료들 그리고 사회의 진보를 바라는 시민단체가 공정방송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우리의 싸움에 굳건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대선 정국 속에 치러지는 국정감사에서도 SBS 무단협 사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재허가 조건과 TY홀딩스 최종 승인 조건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대주주와 SBS 사측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감독권을 행사하라는 국회 과방위원의 따끔한 질의가 있었고, 단협 해지로 이미 노동자의 권리 훼손이 시작된 SBS 사업장에 대해 노동관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의 무거운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대주주와 경영진만 애써 모르는 척할 뿐입니다. 
SBS 안팎에서 사측의 퇴행을 규탄하고 행동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회사 가장 높은 층에 앉아 바닥부터 울리는 구성원의 외침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피해 다니거나 보고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노조 몇 사람만 겁박하면 제풀에 지칠 것이라 오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를 SBS의 ‘주체’가 아닌 ‘부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동료 29명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든 일터를 떠납니다. 우리 가슴속 먹먹함과 달리 관련 기사에선 사측이 강조했다는 “업계 최고 수준”이란 표현만 보입니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SBS를 1등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과 청춘을 헌신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말로는 “직원들이 피땀 흘려 쌓은 SBS”라면서 떠난 이들을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남은 이들이 져야 할 부담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측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제 ‘함께’의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되찾자! 단체협약!!” 신분증 케이스와 줄을 즉시 수령해 상시 패용해주십시오. 또, 노조 창립 23주년인 내일(26일), 창립 기념품으로 전달된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출근 투쟁을 벌여주십시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행동합시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습니다. 작은 싸움부터 시작합시다. 그래야 큰 싸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큰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이길 수 있습니다. 이것마저 못한다면 사측은 우리를 더 얕잡아 볼 겁니다. 그러면 물기는커녕 짖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3차 본교섭이 27일(수) 열립니다. 우리가 뭉치는 만큼, 행동하는 만큼 바꿀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SBS 구성원 여러분, 23년 전 우리 일터에 노동조합의 깃발이 처음으로 나부낀 이유를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투쟁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함께해주십시오. 

2021.10.25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