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모두 함께 걸었기에 새 길을 낼 수 있었습니다

2021-12-20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자주적 조합 활동, 공정방송의 가치를 담고 있는 단체협약이 우리 일터에서 70일 넘게 사라졌습니다. 그 기간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사측에 분노하고 실망하며, 우리는 더 빼앗길까 걱정과 불안 속에 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행동이고, 그 행동은 사람의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빼앗긴 것을 되찾겠다고 한뜻으로 결의했고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옳은 의지와 굳센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7일 노사 합의의 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단체협약이 어제 체결됐습니다.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임을 명확히 했고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권리이자, 방송 사업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기존 단협에서 보장받았던 노동자의 권리와 자주적 조합 활동도 그대로 복원했습니다. SBS 31년 사 초유의 무단협 상황을 끝낸 겁니다. 

혼돈과 불안 속에서도 노조를 믿고 함께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인내와 용기, 하나 된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모두 함께 걸었기에 새 길을 낼 수 있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는 기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우리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를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단협에 보장된 우리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주어진 권리를 소홀히 하는 건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너진 노사 간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합니다. 불신을 걷어내고 구성원과 우리 일터의 미래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예능 본부 이전과 스튜디오S 상장 등 우리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결정이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사측은 종사자를 배제하지 말고 함께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한마음으로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언론사가 노동의 가치와 공정방송을 훼손했다는 사회적 오명을 씻는 일도 숙제로 남았습니다.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실천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 그리고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지속적 노력으로 SBS에 대한 시민사회와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고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존경하는 SBS 구성원 여러분, 우리의 권리를 지켜내는 싸움을 마무리 한 만큼 이제부터는 권리를 더 넓혀나가는 노력에 집중하겠습니다. 당장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도록 임금협상에 철저히 임해 실질 임금의 향상을 이뤄내겠습니다. 조합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에서 원하는 복지와 필요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 길에 매진하겠습니다. 지금처럼 노조와 함께 걸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세밑 추위도 매섭습니다. 소중한 분들과 따뜻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일터에 희망찬 소식이 전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12.20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