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2023-10-13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서울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SBS에서 단체협약이 사라진 무단협 사태 이후 꼭 2년 만 입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진보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우리 일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을 무시하고 퇴행의 길을 밟은 것은 이번 역시 사측이었습니다. 조합원의 92%가 반대하는 SBS A&T의 기구 개편 105일, 그 기간 우리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실체적이고 상시적인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노동환경과 근무조건, 근무 형태가 불이익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위협에 분을 삭여야 했습니다. 공정방송이라는 방송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자 핵심적 노동조건의 후퇴를 뼈아프게 겪어야 했습니다.

수십 차례의 간담회에서 노조에 토해내신 조합원 여러분의 울분과 걱정, 분노를 알기에 여전히 아무 문제 없다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사측과 적당히 타협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의 싸움이 번거롭고 두렵다고 뻔히 보이는 내일의 불행을 그대로 둘 수 없었습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저항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합이 앞장서 싸우겠습니다. 앞으로 열흘 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조정 회의에서 최선을 다해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의 문제점을 분명히 설명하고 노동조건의 후퇴를 막을 수 있도록 사측의 퇴행을 바로잡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내하며 조합원의 권리를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일방적인 퇴행과 강압적인 말하기를 중단하고 회사의 발전을 바라는 구성원의 진정 어린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사측에 촉구합니다. 구성원의 뜻을 대리하는 조합과의 협상에 성실히 나서 노동조건 후퇴와 조합원 권리 상실을 조속히 복구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저들이 우리를 조이고 부수고 끼워 넣어도 군말 없이 작동하는 기계 부품쯤으로 취급하더라도 우리는 노동의 존엄과 공정방송의 가치를 피땀으로 실천하는 노동자임을 잊지 맙시다. 고맙습니다.
 

2023.10.13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쟁의대책위원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