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임원이 직원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는데, 노조에 협상을 제안한 SBS A&T 사장을 규탄한다!

- ‘부당노동행위를 덮고 가자’는 사측의 입장문에 부쳐

2024-04-19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어제(18일) 하루 노동조합 앞으로 조합원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이동희 SBS A&T 사장의 망언으로 점철된 입장문 때문이었다. 사장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부당노동행위자 A씨(임원급 인사) 사건이 알려진 뒤 노동조합에 협상을 제안했던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A씨와 피해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니 조사하지 말자. 징계는 할 수 없고, 엄중 경고하겠다’고 설득했는데, 노동조합이 거부해서 유감이란다. 입장문을 읽은 조합원들은 “사측의 ‘무논리’ ‘비정상’의 수준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놀라워했다. 

 
사측은 입장문 전반에 걸쳐 사안을 왜곡했다. ‘사실상의 중징계 같은 업무배제’를 제안했다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중징계면 중징계이고, 업무배제면 업무배제이다. 그 두 개 다 안 하겠다는 게 당시 사측의 분명한 입장 아니었는가? 기획실장이라는 보직은 유지케 하고 인사 업무만 사장이 팀장 통해 챙기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업무배제인가? 요즘 SBS A&T 사업장에 현안이 얼마나 많은데, 사장은 어째서 형사처벌 대상인 부노행위자의 일을 자신이 대신할 테니 그냥 넘어가 달라고 말하는가? 범죄자인 임원은 그토록 감싸면서 왜 인생을 걸고 고통을 호소 중인 피해자들에겐 조사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그들은 SBS A&T의 직원이 아닌가?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말’이라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 피해자들은 업무의 일환으로 회사의 공식연수 과정인 <비전캠프>에 참여했던 것이다. A&T 직원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정식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식사 도중 A씨의 폭언을 들어야 했던 피해자 그 누구도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라’며 건전한 회식문화 캠페인까지 벌였던 사측이 왜 회사가 진행한 공식 행사에서 발생한 사건을 사적인 장소에서나 벌어진 일로 축소하는가?  


노동조합이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을 알렸던 시점(3/19)엔 피해자 다수의 진술과 증거가 확보돼 있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미리 전문가들에게 법률 및 노무 자문까지 받은 상태였다. 복수의 피해 조합원들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었으며, A씨만 부인하는 상황이었다. 조사에 착수하는 즉시 사측은 A씨의 범죄 행위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조사를 ‘시작’만 하면 됐을 일이다. 


A씨의 이번 범죄 행위는 처음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에도 조합원을 협박해 목동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공식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당시 노동조합은 A씨가 제보자들을 색출해 보복할 것이 걱정돼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려보냈다. 사측이 의지만 있다면, A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한 뒤 사과까지 하고 간 넉 달 전 사건을 토대로 처벌하라. A씨가 지금 그 사건은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노동조합은 사측의 비상식적인 대응에 참담함을 느끼면서도 한 달 가까이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피해자를 위해서였다. 외부기관을 통한 사실관계 확정은 시간이 걸리기에, 밤잠 설치며 두려워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선 하루빨리 A씨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필요했다. 그래서 두 차례나 사장의 면담 요청에 응한 것이다. 사장과 만난 자리는 범죄자 처벌의 수위를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노조가 단협에 보장돼 있는 ‘부당노동행위자에 대한 징계 요구’를 주장하는 자리였다. 노동조합은 지난 한 달 동안 일관되게 A씨 처벌을 위한 조사 시작을 요구했다. 사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노조를 비난할 뿐이다.


이동희 사장은 어제 쓴 입장문을 다시 읽어보라.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할 수 있었던 시간과 기회는 차고 넘쳤다. 지금 누가 조직을 해(害)하고, 누가 조직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가?

2024년 4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