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원적 비상경영 '사람 경영' 우선 돼야

2024-05-28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6월 1일부터 회사가 비상경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4년여 만에 다시 시행하는 조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임직원 모두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가 본부를 줄이고,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으로 ‘이러다 인적개편도 뒤따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안 돼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구성원들을 상대로 이젠 현실적 압박까지 더하고 있다.

시행안 중에 ‘교육훈련비 중단’ 대목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국내외 연수 선발과 직무 역량 교육의 중단 등 직원에 대한 투자부터 삭감하는 것이 과연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사장이 올림픽 출장도 취소했다며 솔선 사례라고 내세웠지만 노동조합이 보기엔 ‘사장도 이렇게 하는데 직원들도 희생하라’는 강요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장이 올림픽 출장 한 번 안 가는 것과, 직원들이 국내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을 기회를 잃는 것이 과연 등가로 놓을 수 있는 사안인가? 

노동조합은 비용 절감을 통해 지속가능한 SBS를 만들겠다는 회사에 이렇게 묻고 싶다. 비상상황이라며 구성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전에, 회사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통렬하게 반성부터 할 일 아닌가? 지난 16일 모 증권사가 SBS의 목표 주가를 하향 제시하며 내놓은 원인을 보라. 해당 증권사는 SBS의 목표 주가를 19% 가까이 확 낮췄다. 지난 2월 SBS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이 1600억 원을 들여 TY홀딩스로부터 미디어넷을 인수한 탓에 SBS의 연결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은 '오너 리스크’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는 ‘태영의 위험이 SBS로 전이돼서는 안 된다, SBS는 대주주의 입김을 받지 않는 독립 경영의 주체이다’라는 경영 원칙이 무너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동조합은 지난 4월 ‘복권 추첨 방송사 선정 사업’에서 SBS가 탈락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정만 되면 연 평균 수십억 원씩, 5년 동안 최소 수백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정부 사업이었다. 조합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회사는 18년 이상의 추첨 방송 경험이 있는 SBS의 장점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 채 준비 부족으로 경쟁사에 맥없이 밀렸다고 한다. 수백억 원어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날려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구성원들을 향해 비상경영 운운한다면 대체 어느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는가.

회사의 경영행위를 존중한다는 노동조합의 기조엔 변함이 없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제안 역시 색안경 끼고 바라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비상경영=쥐어짜기’에 그치는 일차원적 경영 방식에는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방송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성원들의 현재 지위에 조금이라도 위협을 가하려 한다면 노동조합은 모든 것을 걸고 결연히 맞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