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직원 고름 나올 때까지 쥐어짜는 게 뉴 비전? NO 비전!
직원 고름 나올 때까지 쥐어짜는 게 뉴 비전? NO 비전!
최근 회사가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한 고민의 결과로 <SBS 뉴 비전>을 내놓았다. 수익 극대화(Monetization)를 위해 콘텐츠 경쟁력(Production)을 강화하고, 조직문화를 혁신(Operation)하자는 게 핵심이다. 미디어산업이 수시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사측이 지속적으로 미래 성장을 고민하는 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뉴 비전> 내용을 뜯어보면,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쥐어짜는 데에만 방점이 찍혀 있어 <NO 비전> 아니냐는 우려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사에서 나온다.
먼저, 콘텐츠 경쟁력 강화 부분이 말의 성찬에 그치고 있다. 미디어회사에서 콘텐츠가 경쟁력이라는 건 SBS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도 다 안다. 그런데 사측의 최근 행태는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돼 콘텐츠를 넘어 채널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프로그램은 프라임타임 턱밑까지 치고 왔고, 내부에서 선발된 제작 기획안은 창고에서 몇 개월을 썩고 있다. 기승전 ‘제작비절감’에 제작진은 새 프로그램에 대한 창조적인 고민은 제쳐두고, 외주업체의 구멍을 메우거나 더 싼 출연진을 섭외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사측은 이쪽을 보고는 R&D(연구개발) 개념의 콘텐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면서, 저쪽을 보고는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만 하고 있다. 모순된 태도로 제대로 된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대박 프로그램이 터지게 해달라며 인디언기우제를 지내고 있는 꼴이다.
반면에 직원 쥐어짜기로 대변되는 조직문화 혁신은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뉴 비전>의 다음 단계는 경악스럽게도 <업무 프로파일링>이었다. <뉴 비전>의 첫 후속 작업이 전 직원들을 상대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도 참 우스운 일이지만, 대규모 희망퇴직 석 달 만에 또 다시 인적•조직 개편의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뉴 비전> 공지 안에는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강한(Hard) 방식으로 변화 조정” “직종 전환” 등의 문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제2의 희망퇴직” “희망퇴직을 빙자한 구조조정” 등의 작업이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뉴 비전> 속의 이런 문구들이 조합원들의 지위와 근로 조건을 단 1mm라도 변경시키려는 포석이라면 단언컨대 노동조합은 가장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사측은 <뉴 비전>에서 우리 회사가 도전을 회피하고 비관주의가 팽배하다고 적었다. 그런데 <뉴 비전>에서 미지의 시장, 신사업 발굴 부문은 음영처리 됐다. 말로는 중장기 검토라고 했지만, 미래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영진이야 말로 눈앞의 수익에만 몰두해 SBS미디어그룹의 미래 역량을 살펴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할 것이다.
2025년 4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