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위 리포트 "보고 나도 궁금한 뉴스?"
2017-07-04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 “이슈와 소재는 성역 없이 다루고 시청자 궁금증을 충실히 풀어주는 뉴스를 만들겠다”
5월 중순부터 보도의 총 책임자가 된 보도국장이 제시한 뉴스 방향이다. 그리고 한 달 반, SBS뉴스는 그 방향대로 가고 있을까. 공방위가 현 시점의 SBS 뉴스를 되돌아봤다. (6/19~7/2까지 2주간 8뉴스 모니터)
- 뉴스를 봐도 궁금한 게 많다?!
최근 2주간 SBS 8뉴스의 뉴스 꼭지는 평일 기준 25~28개였다.(주말엔 19~20개) 간혹 중계나 출연이 있긴 했으나 형식 면으로 보면 리포트 중심 뉴스로 돌아간 게 확실해 보인다. 물론 중요한 건 뉴스가 담은 내용이다.
가장 많은 개수의 리포트가 배치됐던 6월 22일 목요일 8뉴스를 보자. 28개 리포트 중에, 연관된 소재를 다룬 이른바 ‘뉴스 블록’은 톱 뉴스였던 비정규직 문제와 블라인드 채용, 사드 문제, 통신비 정책 등 4개였고 전부 2꼭지씩이었다. 정부 발표인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30% 할당’ 정책 기사는 외부모니터에서도 지적했듯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 등 분석 없이 발표 내용을 전달했다. 2꼭지 이상 다룰 정도로 중요 이슈로 판단했다면 더 벌릴 수 있지 않았을까. 반면 송영무 국방 후보자의 자문료 의혹이나 조기축구회 사기범, 흉기 난동범 제압 기사 등은 기사 길이와 큐시트 위치로 보면 별 차이가 없었다. 이날 시청자들은 28개의 리포트를 봤지만 심층적이라 할 만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SBS는 자사고 논란을 6월 19일과 26일, 28일 세 차례 리포트로 다뤘다. 현장 혼란, 학부모 반대 시위, 서울시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이 주요 내용이었다. 우리 뉴스만 본 시청자라면 왜 자사고 폐지가 이슈가 되는지, 찬성과 반대 입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많은 궁금증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당 녹취 조작 파문’의 경우 파문이 터진 첫날인 6월 26일엔 리포트 하나에 그쳤지만 27일부터는 날마다 5꼭지, 3꼭지, 3꼭지씩 비교적 충실하게 보도했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정상회담도 여러 꼭지에 걸쳐 다각도로 다뤘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를 비롯한 그외 다수의 이슈들은 SBS가 충분히,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잇단 연예인 뉴스… 연성화 우려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고 있는 빅뱅의 탑 관련 기사가 6월 1일과 6일, 29일(12일 중견 연예인 2명 대마 흡연 리포트에도 포함) 세 차례 8뉴스에 보도됐다. 유명 연예인의 범죄 혐의가 뉴스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뉴스에는 탑의 대마초 혐의와 입원, 구형과 사과 소식만 담겨 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여느 연예정보지와 차별점이 없다. 6월 21일 심은하의 수면제 과다 복용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유명 연예인이라 뉴스로 다룬 건 아닌지 회의적이다. 연예인 뉴스, 사건사고, ‘그림뉴스’를 맥락과 시사점 없이 계속 보도한다면 뉴스 연성화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 숭의초교 폭력 사태, 훌륭한 단독 기사였지만…
SBS는 6월 16일 숭의초교 폭력 사태를 단독 보도한 뒤 속보를 이어갔다. 권력이 있는 집안 자녀는 초등학생조차도 면죄부를 받는 현실을 조명하고 사회적 고민거리를 던져준 좋은 기사였다. 그간 침체돼 있던 보도국 사기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다만 사안이 일종의 진실게임 식으로 전개되면서 실제 학교의 문제보다 가해 아동이 누구인지, 폭행도구는 어떤 것이었는지 등에 관심이 쏠렸고 숭의초교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학폭위 운영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 기사가 더 큰 범위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SBS는 지난 4월 6.9%에서 오차 범위 이상으로 추락해 3.1%를 기록했다. 47.7%를 기록한 JTBC의 15분의 1, TV조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제까지 하던 대로 무난하게 하는” 뉴스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편집회의에서 이슈 중심으로 논의하고 좀 더 유연하게 설계하겠다는 방침에 공감한다. 이슈와 소재를 성역 없이 다루고 시청자 궁금증이 충실히 풀어주는 뉴스를 하겠다는 방향에도 동의한다. 문제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