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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위 리포트]'침몰 직전' SBS 세월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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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15-04-22 18:34:49
조회수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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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상파 3사는 16일을 앞두고
메인 뉴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BS
8시 뉴스는 11일부터 '생명엔 보수.진보 따로 없다'는 제목으로 세월호 관련
연속보도를 시작했다. KBS 역시 같은 날 9시 뉴스를 통해 '다시 찾은 팽목항...추모
물결 이어져'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보도를 시작했다. MBC는 그날 아무런 보도가
없었다. 3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벌어진 지 불과 1년,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세월호 추모 주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보도 시점은 시의적절했다고
판단된다. 이같은 자세는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1주년을 이틀 앞둔 14일 SBS는
세월호 필러를 튼 뒤 '여전히 안전 불감증...안전배려는 의무' 등 2꼭지를, KBS는
이슈&뉴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사고 여전...문제는?' 등 2꼭지를, MBC는
여전히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SBS의 보도는, 세월호 보도엔 '보수
진보 따로 없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4월 15일, SBS 보도가 갑자기 '비상식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세월호 관련 보도 3꼭지를 뉴스 말미인 33분대에 배치 한 것이다. 8시
뉴스의 특성상 후반대로 배치하면 지역에 있는 시청자들은 관련 뉴스를 시청할 수
없다. 바로 전날까지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던 MBC도 15일만큼은 뉴스
앞부분에 4꼭지를 잇따라 보도했다. KBS는 앞부분에 6꼭지, 뒷부분에 4꼭지를
보도했다. 15일 하루 SBS의 보도 태도는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시청자들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SBS가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할만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15일 뉴스의 가치 판단에 대해 여러 조합원들이 이상하게 여겼고, 팽목항 현장에
있던 중계팀들도 의아해 했다. 그 날 팽목항에 있었던 중계팀들은 오후 5시 퍼레이드
뉴스까지 생중계를 실시했다. 그런데 보도국의 책임자들은 정작 중요한 8시 뉴스에는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판단했다. 팽목항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15일 8시 뉴스와
더불어 16일 1주년 당일 8시 뉴스마저 생중계를 하지 않는 것이 15일 밤까지
보도국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비상식적 판단'은 다행스럽게 16일 오전에 정정됐다. KBS와 MBC가 팽목항
현지에 스튜디오를 차리는 등 적극적으로 보도하려는 움직임이 보고 됐고, SBS 역시
15일 밤까지의 판단과 달리 현지 진행 앵커를 내려보냈다. 보도국장 역시 16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전날 8시 뉴스에서)세월호를 두번째 단락으로 올리는 게 모양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밝혀 15일 밤까지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런데 4월 20일 8시 뉴스는 다시 한번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태극기 소각까지'
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관련 집회를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상반된 입장을 모두
담은 내용이었다.
경찰은 관련 집회에 대해 '도를 넘은 폭력 시위'라고 비난했고, 참가자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이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제목은 한쪽의 주장만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고 결국 SBS 기자협회장이 보도국장의 해명을
듣기에 이르렀다.

SBS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있어서 왜 이처럼 들쭉날쭉한 자세를 취하는 걸까? 그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SBS의 세월호 첫 보도인 '생명엔 보수. 진보 따로 없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SBS가 강조했던 '보수.진보 따로 없다'는 어조와 달리
보도본부의 한 조합원은 "세월호 보도 관련 발제를 많이 하면 할수록 SBS의 이미지가
진보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하는 것을 느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세월호 관련 보도가 나갈 때마다 시청률이 떨어져 보도국이
세월호 뉴스를 방송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심지어 15일에 아예 세월호 뉴스를
빼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적인 부담과 더불어 시청률을 기준하면
세월호 관련 뉴스는 뉴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환영할 만한 소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부분 기자들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지난해
세월호 관련 보도가 국민들을 얼마나 실망시켰는지, 우리 사회에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올해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함에 있어서 SBS의 자세는, 신중하되 때로 남의 눈치 안보고, 강자를 감시하고
약자를 돌아보는 원칙에 철저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작성일:2015-04-22 18:3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