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측이 숨겨둔 발톱을 드러냈다. 그간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려던 궁극적 목적이 '임명동의제' 파기에 있음을 선언했다. 촛불 이후, SBS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했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려하고 있다.

사측은 임명동의제가 명시됐던 10.13 합의가 파기됐기 때문에, 현재의 단체협약에서 임명동의제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주장의 전제부터 잘못됐다. 현재의 단체협약은 2018년 합의된 것으로, 10.13 합의와 별개로 이뤄졌다. 두 협상은 1년 가까이 떨어져 있다. 10.13 합의문에 "단협에 반영한다"는 문구도 없고, 지금의 단체협약에도 "10.13 합의에 따라"라는 수식어도 없다. 

현재의 단체협약은 10.13 합의의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우려해, 단체협약에 추가로 임명동의제를 넣자고 노동조합이 제안해 사측이 받아들여 합의한 결과물이다. 사측의 알림문 역시 "(노동조합이) 10.13 파기에 대비해 임명동의제를 단체협약에 넣자고 제안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며 두 협상이 별개로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사측이 되레 노동조합의 논리를 설명해 놓고는, 임명동의제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사 관계의 기본 원칙을 정하는, 사실상 SBS 노사 헌법과 같다. 기존 별개의 합의문 파기로, 노사 간 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이다. 사측의 주장은 '임명동의제 파기'라는 '답정너'를 위해 무리하게 논리를 끼워다 맞추다 자기모순에 빠져버렸다.

구구절절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촛불 이후,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는 대의가 됐고, 앞다퉈 SBS의 임명동의제를 참고하고 있다. 임명동의제는 그 자체로 대의(大義)가 되고 있다. 이 대의를 위해 노동조합 20년 역사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는가. 사측은 절차적 맥락 따지다가 정작 대의를 망각하는, 나무를 보다가 숲을 못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사측의 명분이 너무 빈약해 사실 하나하나 짚고 반박하는 것조차 멋쩍다. 결국, 노동조합은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파기하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은 사측의 치졸하고도 허황된 임명동의제 파괴 시도에 대해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다.


2021년 1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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