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건강한 노사 관계를 위한 단체협약 해지 통고"

사측이 노동조합에 보내온 '단체협약 해지 통고' 공문 제목이다. 그간 사측은 10.13 합의가 파기됐기 때문에, 임명동의제 역시 '원인 무효'가 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수많은 구성원들은 사안의 핵심이 '절차'가 아니라 '대의(大義)' 임을 강조했다. 설령, 사측 말대로 절차적 결함이 있다손 치더라도 제도 폐지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측의 3차례 알림문은 구성원들의 성명에 쉽사리 반박될 정도로 궁색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임명동의제를 '불합리한 제도'라 규정하며, 제도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결국, 사측에게 절차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임명동의제 폐지'라는 '답정너'를 위해 이 논리, 저 논리를 끌어들이며 상황을 맞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급기야 이 '답정너'를 위해 사측은 초유의 무리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임명동의제 폐지 말고는 어떤 경우의 수도 없다는 사측의 선언 앞에, 우리의 임금, 우리의 복지, 우리의 휴가, 우리의 인사 원칙 등이 담긴 단체협약이 6개월 뒤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 임명동의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간 지난한 노사 합의의 결과물을 인질로 삼아 버린 것이다. SBS 31년사(史) 유례없는 일이다.

단체협약 해지는 노사 간 극한 대립을 초래할 수 있는 극약 처방과도 같기 때문에 일반 기업조차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다. 언론사의 경우 그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가령, 2011년 MBC 사측이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무리수를 둔 뒤, 조직과 구성원들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나아가 대한민국 방송 환경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면 그 해악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찬 싫다고 상을 뒤엎듯, 단체협약 해지를 이렇게 손쉽게 이용하는 작금의 상황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사측은 단체협약이 해지돼도 우리의 노동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구두 약속'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6개월 뒤에는 사측의 '구두 약속'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계속 인질이 안전하다고 외쳐도, 인질은 인질일 뿐이다. 미디어의 위기, 지상파의 위기라며 노동조합도 우군이 돼야 한다는 사측의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더군다나 최근 외부의 격한 공격으로 SBS 구성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이 시점에, 단체협약 파기를 꺼내들며 SBS 구성원들을 두 번 죽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치킨 게임이 시작됐다. 협의 공간을 외나무다리로 몰아간 책임은 분명 사측에게 있다.

 

2021년 4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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