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다음은 내 차례가 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형택 본부장입니다.

이제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 우리와 우리 일터의 안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구성원이 반대하고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사측의 퇴행이 결국 SBS 31년사 초유의 무단협 사태를 초래했고 오늘로 닷새째를 맞았습니다.

구성원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노조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을 일삼아온 사측이 지난 5일 알림에서는 협박의 대상을 직원으로까지 확대했습니다. 사측이 생각하는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직원들의 불이익”이 무엇이든 즉각 멈출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더 큰 저항을 불러오리라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노조는 구성원을 지키는 일에는 한 치의 고민도, 1초의 망설임도 없을 것임을 명백히 밝힙니다.

임명동의제는 사측도 동의해 만든 제도입니다.

지난 2015년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의 펜에 족쇄를 채우고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라는 당시 회장의 노골적인 보도 지침이 간부들에게 하달됐습니다.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지상파 SBS가 스무 차례 넘게 동원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전 세계 어느 언론사에서도 없을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와 보도 개입이 있었기에 임명동의제가 도입됐습니다. 주주의 임면권을 존중하면서도 공정방송과 소유경영 분리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 만들어진 제도로 시민사회와 규제기관 모두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동의하고 있습니다.

임명동의제로 인해 사측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이익 추구 행위가 단 한 차례도 방해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은 사측도 지난 본 교섭에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노조위원장 동의제’로 변질됐다는 사측의 주장은 억지를 넘어, 지금까지 주체적 판단으로 SBS를 발전시킨 구성원에 대한 ‘무시이자 모욕’입니다. 채용과 인사를 담당하는 경영본부에서 나온 알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뿐입니다.

사측의 의도가 의심됩니다.

제도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노조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양보했습니다. 오로지 구성원과 우리 일터의 건강과 안녕만을 바랐기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런 제안을 모두 거부하며 무단협을 촉발했습니다. 얼마 전 노조 파괴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현장에서 직접 겪은 여러 언론 동지들과 만났습니다. 이들은 사측의 퇴행이 결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임을 경험에 근거해 확신했습니다. 노조가, 구성원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해 무단협을 유도하고 법적 절차라며 조합 활동에 대한 위해행위를 하나둘 시작할 거라고 했습니다. 시차를 두고 노조탄압을 노골화할 것이며, 전임자 복귀 명령 등을 통해 사실상 민주노조 파괴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민주노조가 와해되면 어용노조를 세우거나, 사측의 통제 아래 노조를 두고 이 모든 퇴행의 본래 목적인 노동자 착취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노조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고 나면, 고용형태와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고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며 주주의 이익에 대놓고 충실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 모든 게 그저 비관적 추측에 불과할까요? 실제로 여러 언론사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SBS에서 그 행위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지키는 일이 내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강한 결기와 하나로 뭉친 굳은 의지만이 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1천 조합원이, 1만 5천 언론 노동자가, 건강한 시민사회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지치지 맙시다. 소홀해지지 맙시다.

노조는 끝까지 인내를 갖고 협상을 계속하겠습니다.

누구보다 SBS의 번영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바로 구성원들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회사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절박한 요구를 사측은 더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노조와 손을 맞잡고 함께 SBS의 미래를 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2021.10.7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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