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조정회의에서 드러난 사측의 부끄러운 민낯

지난 17일 서울지방노동위에서 1차 조정회의가 진행됐다. 노측에선 사안의 중대성과 효과적인 조정 진행을 위해 정형택 전국언론노조SBS본부장, 강용주 수석부본부장 등 5명이 참석했고, 사측에선 이동희 SBS경영본부장, 홍순준 노사협력팀장 등 3명이 출석했다. 박정훈 사장은 위임장을 건네고 불참했다.

노조는 구성원의 입장과 주장을 논리적이고 정제된 태도로 설명했다.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지키며 사실과 진실만으로도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측은 해서는 안 될 말을 다시 꺼내들었다. 팩트를 부정하고 왜곡해가며, 심지어 노사협상 때에도 꺼내지 않은 말을 국가행정기관이자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나섰다.

■“대주주 보도지침은 SBS보도의 충실성을 위한 것”..역사 부정·왜곡한 사측

SBS에서 공정방송 제도는 지난 2004년 도입된 본부장 중간평가제 등 대부분 2000년대 초 도입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대주주의 방송사유화와 보도개입을 통한 공정방송 훼손은 이어졌고, 이를 막아야할 경영진은 도리어 대주주 이익에 앞장서거나, 권력의 눈치를 살폈다. 이를 끊어 내기 위해 2017년 임명동의제가 도입됐다는 것을 노조는 팩트로 설명했지만, 사측은 ‘왜곡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동희 본부장은 조정 회의장에서 보수 정권을 편들라는 이른바 ‘대주주의 보도지침’ 등은 “상당 부분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 회장이 SBS 보도의 충실성을 위해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노조가 악의적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4대강 비판 기자를 회장실로 불러 기사를 못 쓰게 한 것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를 도와라’는 대주주의 보도 지시 ▶부장 이상 보직자를 불러 ‘박근혜 정권을 도와라, SBS 생존과 발전에 보도본부가 주역이 돼야 한다. 잘 모르면서 시니컬한 클로징을 하는 건 비신사적인 행위’라는 대주주의 보도지침 ▶대주주가 직접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합의는 잘된 것’이라는 보도 방향 지시 등 공정성과 방송독립성 훼손 사례는 노보(252호 등)는 물론 각종 언론에서 보도됐다.

역사적 사실로 기록돼 지울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2017년 9월 11일(10.13합의 한 달 전) 대주주는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고, 돌이켜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공개 사과문까지 냈다.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과오를 통해 교훈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고작 4년이 지나 이를 부정했다. 나아가 “SBS보도를 충실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왜곡까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측이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것이 있다. 여전히 방송공정성을 손쉽게 주무를 수 있다고 여기는 후진적 인식, 그리고 ‘SBS의 충실성’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라도 ‘공정방송 및 방송독립성 훼손’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정방송은 우리의 생명으로, 목숨 걸고 수호한다”는 사측 알림(21.11.19)이 공허한 이유다. 

■“보도본부장 낙마 등 임명동의제는 ‘노조위원장 동의제’”...구성원 공개 모욕한 사측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장, 본부장 지명과 임명 권한은 사측이 갖고 있고, 구성원은 임명된 인사가 공정성을 지킬 적임자인지를 찬반으로 표명할 뿐이다. 구성원 전체 60%(보도부문 50%)가 반대해야 임명 철회가 되는 등 작동방식조차 까다로운 소극적 장치다. 1차 본교섭(21.9.29) 당시 ‘임명동의제로 정상적 경영활동이나 수익활동에 방해가 된 적 있느냐’는 정형택 본부장의 질문에 박정훈 사장은 “없다”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사측은 그런데도 조정회의에선 임명동의제를 두고 경영권 개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정 위원들조차 의문을 제기하자, 이동희 본부장은 “두 차례 실시해본 결과 직원들의 임명동의제가 아니고, 노조 위원장의 임명동의제”라는 주장을 다시 꺼냈다. 사측 알림에서 이런 주장을 펼쳐 구성원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그 말을 정부기관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정형택 본부장은 “SBS 구성원들은 경영진이 만든 인사시스템으로 입사한 사람들”이라며 “주체적 자주적 판단을 하는 구성원들을 노조위원장에게 휘둘릴 걸로 몰고 가는 건 구성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성원의 양식과 주체성, 제도 작동 방식 등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주장을 사측이 펼치자, 조정 위원은 ‘노조가 누군가를 반대해서 낙마를 시킨 사례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동희 본부장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공채 1기로 유능한 사람이 2019년 보도본부장에서 낙마를 했다”고 말했다. 보도본부 소속 구성원들의 주체적 판단을 아무 근거도 없이 노조 지시에 따른 낙마로 왜곡 폄훼한 것이다.

<기사 2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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