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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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무시, 동료 존중 없는 사측...근거 없는 ‘소문’까지 공개 거론

사측의 이런 주장에 조정 위원들조차 “임명동의제가 문제점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낙마는 할 수 있다고 보여 진다”고 지적하며, “노조가 특정 인물을 올리기 위해 작업을 한 사례가 있느냐”고 구체적 근거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동희 본부장은 홍순준 팀장과 잠시 상의를 한 뒤 “2017년 노조위원장 출신 2명이 전략기획실장과 보도본부장이 됐는데, 회사 내부에선 다음 사장은 전략기획실장이냐, 보도본부장이냐는 소문이 있었고, 현재 사장을 낙마시켜야지 다음 순서가 온다는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팩트를’ 묻는 위원들에게, 사측은 ‘소문’을 내민 것이다.

SBS 구성원들이 노조위원장이 지시한다고 움직일 사람들인가. 바로 옆 동료에게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사측의 이런 주장은 구성원들에 대한 무시이자 모욕이며, 오랜 기간 SBS에서 일하다 떠난 동료에 대한 무례이기도 하다. 또 사측 주장이 공적 자리에서 언급 가능한 발언이 되려면, 근거부터 제시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측 주장이 옳으려면, 사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대주주가 노조의 꼭두각시라는 전제부터 성립해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측은 근거도 없고, SBS 현실에도 어긋난 말을 ‘소문’이라는 비겁한 명칭으로 공개 거론한 것이다. 

정형택 본부장은 “사측은 억측을 말하고 있다”며 “사측 말대로라면 기존 사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임명동의제가 도입됐다는 것인데, 전후 관계조차 틀리고 제도 도입 목적을 왜곡한 것으로 위원들은 걸러서 들어 달라”고 지적했다. 

■단체협약 일방적 해지해놓고 ‘노조 탓’하는 사측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단협 파기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정형택 본부장은 “사측은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없애기 위해 노동자 권리의 핵심인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시켰다”며 “사측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제든 단협 해지권을 행사하는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를 두고 홍순준 노사협력팀장은 “일방적 파기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측은)단협 해지 통고를 하고 6개월 안에 협의를 통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노조가 TY홀딩스에 추진 목표가 잡히면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노조 탓을 한 것이다.

팩트는 어떤가. 사측이 단협 해지 통고 즉 ‘단협 해지권’을 행사한 4월 2일 기준, 노사 협상은 이미 11차례나 이뤄진 상황이었다. 그 때까지 단협 14장(임명동의제) 전면 삭제만을 고수한 건 사측이다. 심지어 노조 전임자가 교체된 8월 이후에도 8번의 추가 교섭까지 했다. 조정 절차 이전 모두 19차례 협상이 있었고, 사측은 끝까지 단협 14장 전면 삭제만을 외쳤다. 사측은 교섭 미진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SBS 단협엔 ‘유효기간이 만료돼도 기존 단협의 효력이 지속되는 조항(단협 23조)’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단협 해지 없이도 노사는 계속 교섭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고자 ‘6개월 뒤 무조건 단체협약이 해지’되는 단협 해지권(노조법 32조)을 SBS 역사상 처음으로 행사한 건 사측이었다. 사측이 단협을 볼모 삼아 ‘6개월 내 사측 요구를 수용하라’는 단협 해지권을 행사한 사실은 노조에 보낸 공문은 물론, 사측 알림에도 명확히 기록돼 있다. 팩트는 부인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타 방송사 종사자들은 근로조건을 생각 안하는 건가”...계속된 왜곡과 눈속임

사측은 사내 알림에 이어 조정회의에서도 KBS, MBC 등 타 방송사를 비교하고 나섰다. 홍순준 팀장은 임명동의제는 인사권 침해라며 “임명동의제가 방송사의 기본적 근로조건이라면 KBS를 비롯한 다른 공영방송은 왜 도입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타 방송 노동자를 거론하며 “다른 방송사 종사자들은 근로조건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임명동의제 도입 당시 “방송독립의 새 역사”라고 했던 자찬과, 단협 5장에 적힌 ‘공정방송은 핵심적 근로조건’이라는 문구를 사측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고 다시금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이미 노조가 사내 게시판에서 밝혔듯 다른 방송사 역시 각사의 역사와 현실에 맞게 ‘임명동의제’를 도입한 상황이고, 더 강력한 공정방송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BS, MBC는 지배구조, 즉 ‘사장 선출 제도’를 공정방송 핵심 과제로 삼아 법 개정에 나섰다. 심지어 법 개정 전, 이미 시민 참여 평가, 공개 면접 등의 투명한 절차까지 진행하고 있다. 타 방송사의 임명동의제 역시, 재적 60%가 반대해야 작동하는 SBS와 달리 ‘재적 과반 투표, 투표 과반 동의’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본부장 중간평가제도 임원 등 전체 본부장을 대상으로 하거나, 투표 결과 전체를 공개하는 등 SBS와 다른 형태의 진일보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미 노조 게시판을 통해 질문했지만 아직 듣지 못한 대답, “KBS와 MBC 등 타사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면 SBS도 그대로 적용할 것입니까”. 사측은 아직도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국가기관에서 타 방송사 노동자의 의식수준까지 거론했지만, 이미 다른 방송사는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 실현을 위해 진일보한 제도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있던 공정방송 제도마저 없애 근로조건을 후퇴시킨 SBS 사측이 타사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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