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SBS 사측만 모르는 진실

공정방송 제도를 없애기 위해 단체협약까지 해지하고 구성원을 등지려 하는 사측의 퇴행에 SBS 안팎에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사 합의로 도입한 임명동의제를 지킬 것과 기존 단체협약의 조속한 복원, 그리고 수평적이고 대등한 노사관계의 회복을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오직 SBS 사측만이 귀 닫고 진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법에 따라 설치된 법적 기구인 시청자위원회가 사측의 독주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임명동의제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시청자, 규제기관,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약속”이라고 지적하며, “시사교양, 편성, 보도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시청자위원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이고 특히, 노조의 양보로 사장이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본부장 임명 시 종사자 최소한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노조의 주장과 한 치도 다름이 없습니다. 

노사 추천으로 구성되지만, 사측 추천 위원이 더 많고 특히 사장이 위촉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청자위원회가 자발적으로 논의해 전원 명의의 권고가 나온 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사측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사측은 시청자위원회의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측이 진실에 눈감은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2020년 12월 재허가 심사에서도, 2021년 6월 TY홀딩스 최종 심사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는 SBS와 대주주에게 방송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그 일환으로 임명동의제 등이 포함된 10.13 합의를 지킬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 역시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SBS 구성원들의 진정어린 목소리에도 사측은 귀 닫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을 없앤 사측을 규탄하며 노조의 싸움에 함께하겠다는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방송촬영인협회, 아나운서협회, 영상기자협회 등 SBS 직능단체와 시사교양 평PD 일동, 라디오센터 제작PD 일동의 연대 성명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측은 이를 애써 못 본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SBS 안팎에서 사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노조의 주장이 합리적이며 타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SBS 경영진은 대주주 눈치를 보며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소리도 합쳐지면 외침이 되고, 그 외침은 큰 함성으로 돌아옵니다. 87년 6월의 함성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30년 뒤 촛불 함성이 박근혜 정권을 하야시켰음을 사측은 똑똑히 기억하길 바랍니다. 

듣기 싫다고 보기 싫다고 귀 막고 눈 가린다고 진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제라도 옳은 소리에 귀 기울여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길 바랍니다. 
 

                                                       2021.11.25
                                     - 전국언론노조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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