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우리의 동료가 떠났다. 누군가 명절을 즐기고 있을 때, 그는 방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스튜디오S지부 조합원 故이힘찬 프로듀서, 향년 34세.

고인은 2012년 4월 SBS에 입사했다. 재무팀, 드라마운영팀을 거쳐 2020년 드라마본부 분사에 따라 스튜디오S로 전적해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고인은 부모에게 선물 같은 아들이자, 동생에게 가장 든든한 형이었다. 우리에겐 친절하며 책임감 강한 동료였고, 시청자에겐 희망과 감동을 주는 프로듀서였다.  

세상을 등진 그 날, 고인 바로 옆에 놓여있던 건 드라마 ‘CG 우선 요청리스트’. 생을 마감한 당일까지 드라마 예산안을 수차례 수정했던 고인은 SNS 마지막 메시지를 자신에게 보냈다. “모든 게 버겁다” 

여러 차례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는 고인.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원인은 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당위의 문제이자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노사는 물론 구성원 전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죽음의 원인을 고인과 함께 묻을 순 없다. 노조가 두 달이 지나서야 관련 소식을 노보로 전하는 이유다.

노조는 공개 애도문을 읊는 것보다 진상 규명을 최우선에 뒀다. 유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길이기도 했다. 그동안 사측과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지면에 전부 공개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황망한 죽음, 표현 못할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 유족은 버텼다. 오직 진상규명절차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49재(21일) 이튿날이 돼서야 노사공동조사위 구성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 유족, 노조, 회사 관계자 8명으로 구성된 조사위가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로 하고, 어제(28일) 첫 회의를 스튜디오S에서 진행했다. 

앞으로 두 달 여간 조사가 진행된다. 자료 검토 및 관련자 면접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예정이다. 이 과정에 또 어떤 험로를 마주할지 모른다. 사측의 협조 약속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인은 홀로 떠났지만, 더는 외롭지 않게 할 것이다. SBS노조는 故 이힘찬 조합원 유족과 함께 사망 과정에 조금의 의구심도 남지 않게 끝까지 규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일터에서 소중한 동료를 잃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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