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제작 자율성 침해를 막기 위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의 경우 노사 동수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시사특공대 이재익 PD 교체로 불거진 방송독립성 훼손과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재발 방지책의 일환이다. 

SBS노동조합은 지난 4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시사특공대 진행자 교체건’을 안건으로 삼았다. 정형택 본부장과 박정훈 사장 등 노사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의 상세 내용은 WI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도 이재익 PD교체가 야기한 방송독립성과 제작 자율성 침해, 표현의 자유 위축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월11일 열린 방송편성위원회 때 보인 입장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앞서 노조는 방송편성위에서 노사 간 뚜렷한 이견을 확인하고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시청자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했다. 시청자위는 같은 달 28일 ‘시청자위 전체 명의의 자문 의견은 내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방송편성위가 구체적인 내용으로 자문 요청을 하면 개별 위원의 의사에 따라 개별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사측을 통해 알려왔다.

노조는 이후 시청자위원들의 개별 의견을 받기 위해 방송편성위 명의로 시청자위에 공문을 보내려했지만, 사측이 자문 내용에 반대하며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이재익 PD 발언의 공정성 여부’와 함께 ‘민주당 항의 후 곧장 진행자를 교체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취지로 자문을 받아보자고 했지만, 사측은 ‘발언의 공정성’만 자문받자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공정성 훼손 시비는 끝까지 따져야 할 사안인 만큼 3월2일 사측에 ‘방송편성위를 다시 열자’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해 답보상태를 지속했다. 그러다 지난 2일 열린 노사협의회에 이 사안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도 재차 이견은 확인됐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공식적인 약속이 만들어졌다. 사측은 ‘향후 유사 사건이 생기면 신속하게 전체 CP와 담당 PD를 비롯해 PD와 CP 등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확약했다. 이를 “라디오센터 약속”이라며 제도화할 것을 분명히 했다. 

당초 노조가 요구했던 ‘책임자 사과, 이재익 PD 복귀, 재발방지책 마련’ 가운데 방지책 마련은 있었지만, 사과와 이재익 PD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PD들을 상대로 유감 표명을 했다면서도, “사과는 귀책사유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이재익 PD 하차 건은 SBS 안팎에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이 SBS 내부에서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할 경우 큰 용기를 내거나, 교체를 각오해야 한다는 나쁜 사례로 남게 될 수 있다. 

각별한 각오나 커다란 용기 없이도 권력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허용돼야 하고, 특히 언론사는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며 이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노조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고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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