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편지] 노동조합의 24번째 생일을 축하합시다.

“지키고 싶다”라는 마음이 우리 일터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 소중한 동료와 내 미래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노조 깃발을 치켜들게 했고 그렇게 지난 24년간 노조 깃발은 SBS에서 흔들림 없이 나부꼈습니다. 

분사와 무단협 등 숱한 위기와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노조 깃발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쳐 시련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더 단단해졌습니다. 일터는 나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라는 하나의 울타리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켜온 지난 24년을 자랑스러워합시다. 그 시간을 버티고 또 싸워오면서 SBS는 조금 더 나은 일터로 변했습니다. 더디지만 직장 내 민주주의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방송의 기틀을 굳건히 다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SBS에 대한 뿌리 깊은 냉대와 조롱을 신뢰로 바꿔왔습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이뤄낸 분명한 성과입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SBS를 미래와 비전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직장 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일터에서 창의와 도전이 응원받지 못하고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과 쉼의 부족으로 열정과 의욕이 소진되고 일의 보람과 성취의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는 한탄도 들립니다.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불평과 불만, 게으름으로 치부되기 십상이고 그래서 아예 입을 닫게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체념적 침묵은 독(毒)입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조직에 미래는 없습니다. 사측은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구성원과 미래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만이 회사의 앞날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도 SBS는 전 분야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 덕입니다. 기여와 공헌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불안을 이유로 오늘을 유보,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위기가 노동자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24년 전 우리 일터에 노조 깃발이 내걸린 의미를 생각하며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해주십시오.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의 창립기념식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준비한 조촐한 점심 생일상으로 함께 마음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교차가 큰 요즘입니다.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2.10.24.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최대의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다.”   - 마틴 루터 킹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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