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고 이힘찬 조합원의 사망원인을 밝히는 노사 공동 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조사위 구성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9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과중한 업무 부담이 극단적 선택의 결정적 이유로 드러났습니다. 조합원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동료의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했고, 현장의 고충을 헤아리는 데 부족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잘못입니다. 노조를 대표해 조합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일어나선 안 됩니다. “또 다른 힘찬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자식 잃은 부모님의 유일한 바람입니다. 조합원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한,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무한 책임이 떠넘겨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프로정신을 내세우며 무조건적 인내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업계 관행을 핑계로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우리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이번 진상조사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대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작 준칙을 제정하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 교섭에 나서겠습니다. 현재 교섭 중인 유연근무제 협상에서도 최소 휴일 확대와 실질적 이행을 위한 제도 도입 등 쉴 권리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고 이힘찬 조합원의 기일인 1월 30일을 ‘조합원 안전의 날’로 지정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충 관련 설문을 진행하는 등 조합원 보호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합니다. 조합은 어떤 일이든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언제든 조합의 문을 편하게 두드려주십시오. 조합도 조합원 여러분께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2.11.9.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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