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빼앗긴 것을 되찾아오는 일로 올해를 시작했습니다. 오롯이 되돌리진 못했지만, 우리 일터에서 76일간 사라졌던 단체협약을 복원했습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파업을 결의한 우리의 굳은 의지로 공정방송 책임자 임명에 대한 구성원 최소한의 동의는 방송 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새롭게 쓰인 단체협약에는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일부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미흡하지만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었던 건 모두 흔들림 없이 함께 해주신 조합원 여러분 덕분입니다.

2021년 임단협이 타결되고 맞은 설 연휴, 우리 일터에서 소중한 동료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사 공동조사위원회가 어렵게 꾸려졌고 사건 발생 9개월이 지나서야 과중한 업무 부담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었음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S 사측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동료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현장의 고충을 파악하는데 조합이 소홀했습니다. 노조의 가장 큰 책무인 조합원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우리 일터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조합원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쉴 권리를 강화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에 고통받는 조합원이 없도록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조합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조합원이 주인인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조합에 대한 헌신과 기여에 보답하고 SBS본부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경조금을 신설, 확대했고 조합 대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조합 우산 안에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조합원 복지,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습니다. 조합원이 한 데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린 2022 민방한마당 행사가 그 시작입니다. 조합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조합원이 함께하는 자리를 늘려가겠습니다. 

올 한 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는 함께의 힘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습니다. 언론 자유와 공정 방송의 가치,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1만 6천 언론 노동자의 긍지를 높였고 그 공을 인정받아 ‘이용마 언론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SBS본부 조합원 전체가 수상자로 선정된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합시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올 한 해 부족함이 많았지만 앞으로 향하는 조합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 창의와 도전이 응원받는 회사를 만드는 일에 함께해주십시오. 공정 방송을 통한 민주사회 구현의 길에 같이 걸어주십시오.

세밑 한파가 매섭습니다. 서로의 온기에 기대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2.12.19.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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