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유족과 스튜디오S 구성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故 이힘찬 프로듀서의 1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지난 2012년 SBS에 입사해 드라마본부 분사 이후 스튜디오S 소속으로 10년을 일한 고인은 “모든 것이 버겁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홀로 생을 마감했다. 앞서, 노사 공동조사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의 프로듀서 역할 가중’과 ‘스튜디오S 분사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 ‘드라마 제작 구조의 문제점’ 등을 구조적인 원인으로 밝힌 바 있다. 

고인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많은 동료들이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를 채웠다. 추모식은 고인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사와 추모 영상 시청,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추모식을 마친 후,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잠들어 있는 청아공원으로 이동해 참배했다.

고인의 동료 이재우 PD는 추모사에서 “1년 만에 고인의 이름을 불러본다. 고인은 늘 과분한 선배이자 동료였다. 무엇이 고인을 힘들게 만들었을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고인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직도 내 눈에는 네가 출근하려고 서둘러 나가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네가 만난 그 곳의 세상이 더 정의롭고 따뜻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나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장은 “사전에 고충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 제작 현장에 만연한 어려움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 조합원을 지킨다는 노동조합의 가장 큰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고 또 크게 반성했다”라며, “‘제 2의 힘찬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다는 유가족 분들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됐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S 조합원들의 노력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였던 안전하게 일 할 권리, 최소한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고인을 힘들게 했던 막중한 업무 부담과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휴식의 질을 높이며,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준칙’이 그것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뗀 첫 발인 만큼 사측은 현장에서 제작 준칙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기까지 우리는 너무 큰 희생을 치렀다.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고인이 사랑했던 제작 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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