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 인터뷰① 최혜영 조합원

최혜영 조합원은 시간에 쫓기기 쉬운 제작 환경에서도, 뉴스 영상 화면에서 젠더가 평등하게 재현될 수 있도록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제1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인 보도영상본부 영상편집팀 최혜영 조합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혜영 조합원 (보도영상본부 영상편집팀)

- 여러 조합원들이 최혜영 조합원이 평소 뉴스영상 편집 과정에서 젠더의 평등한 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뉴스에서 봤던 컷을 떠올릴 때가 많잖아요. 내가 고민 끝에 편집한 영상 컷이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심스러워지죠.”

- 성평등 저널리즘 실천 사례 가운데 대표적으로 육아휴직 기사의 편집이 있었어요. 블러(blur) 처리되는 자료화면까지 신경 쓰기 참 어려운데, 성비를 맞추려 노력하셨더라고요. 

“육아휴직 하면 보통 여성을 많이 떠올리지만 요즘은 남성들도 많이 신청하고 있고 그래서 하나의 기사 안에서 영상을 골고루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블러(blur) 처리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의상이나 체격 이런 건 다 보이잖아요. 그랬을 때 영상을 아빠한테만, 엄마한테만 이렇게 치우쳐서 사용하지 않으려 했어요. 

저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업장에서도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실제 많이들 가기 시작했잖아요. 그게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노동조합에서 육아휴직 관련해서 안내를 자주 해주셨고, 저희 팀 사람들과도 그런 얘기를 많이 주고받았거든요. 자연스럽게 저도 뉴스 영상을 쓸 때 이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 같아요. 먼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이 변화하니까 저도 결심하게 된 거죠.”

- 성평등 관점에서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고민이 있다면요? 특히 성폭력 사건 리포트 경우엔 영상편집기자들이 느끼는 딜레마가 많다고 하던데...

“그렇죠. 신문이 아닌 이상 저희는 기사를 시각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특히 성폭력 사건 리포트의 경우엔 뭔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쓰면 안 됩니다. 장소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고 시청자들은 모든 걸 단서처럼 여길 테니까요. 

예전에는 성범죄라고 하면 여성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시점 샷이라든지 실루엣 화면을 자료화면 자막 넣고 썼는데 요즘은 편집하기가 훨씬 어려워졌죠. 무난하게 쓸 수 있는 건 경찰서 외경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2분 가까이 되는 방송 리포트 기사에 계속 쓰기엔 한계가 있어요. 기사가 길어지면 CG를 쓰게 되는데, CG에도 특정 사건에 대한 이미지, 실루엣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요. 참 어려워요, 그 부분은."

- 입건된 후라면 수사기관 외경을 쓸 수 있지만 예를 들어, 공방 단계라면 어떤 이미지를 써야 할까요? 가이드라인 같은 데엔 ‘이런 우려가 있으니 이러이러한 이미지는 쓰지 마시오’ 같은 내용이 있긴 한데 ‘그렇다면 대안으로 무슨 이미지를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선 아직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수사 과정에 있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엔 자료화면을 쓰지 않는 게 필요하고요.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고 해도 사건을 특정하는 이미지를 사용해선 안 됩니다. 예를 들어, A 대학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인데 A 대학이라는 정보를 줄 수 없으니, 자료 화면으로 B 대학을 블러(blur) 치고 썼다. 그런데 뉴스를 보고 영상에 나온 대학이 B 대학이라는 걸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 우리 뉴스로 인해 정말 큰 오해가 발생하는 거죠. 결국 특정되지 않을 정도로 줌인(zoom-in) 된 의미 없는 이미지를 쓰거나, A 대학 외경을 사용하되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블러(blur)를 쳐야 해요. 어쩔 수 없이 기사가 밋밋해지는 경향이 있죠.

성폭력 기사는 시청자로 하여금 ‘이랬구나, 저랬구나’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는 종류의 기사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기사일수록 기존의 시각에서 보면 좀 밋밋해 보일 정도로 아무 정보도 담지 않는 식으로... 당연히 그런 방식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요즘 저희 팀에서도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인식이에요. 

뉴스가 경각심을 줘야 할 때도 있겠지만, 조심스러워요. 가해자의 잔혹성이나 범죄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싶다는 내 의지, 욕심이 들어가진 않았을까 스스로 검열하게 되더라고요. 한창 재연 화면을 쓰는 방식도 있었는데, 그것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도 있었고요.“

- 목각인형 재연 화면 같은 걸 대안처럼 여길 때도 있었는데요.

”네, 그것도 지금은 잘 쓰지 않게 됐죠. 모든 사람들이 봤을 때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100점짜리 대안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답이 없는 건 그냥 답이 없게 가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정 영상을 쓰기 어려울 때엔 노 비디오(no-video)로 가자고 제안 드려요. 앵커 단신의 경우엔 담당 PD나 제작진들 쪽에 연락을 드려서 영상 없이 그냥 앵커님이 읽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예요. 앵커 원 샷으로 쭉. 이건 성폭력 리포트에만 해당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이 진짜 없을 경우에는 그런 방법도 있어요.

기존 인식으로 보면 영상이 없다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 우린 전과는 다른, 바뀐 세상에 살고 있고 바뀐 세상의 시청자들은 이런 방식을 더 안전하게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 뉴스 제작 과정에서 주로 취재와 기사 작성 후에 영상 편집이 시작되다 보니 의사결정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게 한계로 언급됩니다. 바쁜 와중에 성평등적 관점까지 유지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환경적으로. 

”당일 제작하는 리포트 같은 경우엔 취재기자가 당일 취재한 모든 영상을 보고 나서 기사를 쓰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영상 내 사소한 사운드 이펙트라든지, 취재기자가 보지 못한 컷들엔 어떤 게 있고 무엇을 모자이크해야 하는지 등등은 뉴스 영상 편집 과정에서 판단해야 할 때가 있죠. 취재기자와 영상취재기자, 영상편집기자가 신속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난감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아침뉴스에 나가는 리포트의 경우엔 전날 저녁에 취재기자나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가 편집의뢰를 해둘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영상편집기자가 새벽에 배정을 받고 편집하다가 상의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연락해야 하나, 곤란할 때가 있어요. 요즘 TV 뉴스 리포트는 클립별로 잘라서 유튜브 같은 데 하루 종일 노출하잖아요. 아침 뉴스에 한번 나가고 마는 콘텐츠가 아니라 더욱 신경을 쓰게 되죠. 

이럴 때엔 영상편집기자가 기계적으로, 관성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어려우면 해당 프로그램 PD과 상의해서 관련 뉴스로 인해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결정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기사를 사전에 파악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해 보여요. 당일에 촬영된 영상을 빨리빨리 반영해야 할 때엔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데요.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그만큼 취재기자와 소통하며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어요. 그럼 우리 뉴스가 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게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죠.“

- 마지막으로 제안해주실 내용이 있으실까요?

”이번에 동료들이 추천해주셔서 조합에서 상도 주시고 정말 감사한데요, 제가 지금까지 편집한 뉴스들이 모두 완벽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나’ 걱정도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편집할 때 더욱 신경 쓸 것 같아요. 뉴스 편집을 하다 보면 고민스럽고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이런 사례들을 동료들끼리 자주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티타임에서 대화하며 나누는 정보도 있지만 TF가 만들어지거나 가이드라인 제작 같은 게 이뤄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이 많이 공유돼야 조직 차원에서 사고 예방도 되고 좋은 거잖아요.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볼 수 있게 조합에서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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