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 인터뷰⓷ 박예린 조합원

박예린 조합원(보도본부 시민사회팀)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부문 일자리에 정작 해당 여성들이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뉴스를 통해 고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제1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인 박예린 조합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예린 조합원 / 보도본부 시민사회팀

- <“10년 이상 안돼” 의지 꺾는 ’지원‘> 기사(클릭)로 제1회 성평등언론실천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제보가 왔어요. 제보자가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부문 일자리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는데, 규정에 안 맞아서 떨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보니,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퇴직 후 10년이 경과 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었어요. 그분은 퇴직 후 10년이 넘어서 불합격 처리 된 거예요. 그 조건이 적용되기 전까지 합격 상태였다는 건, 능력 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건데... 경력 단절 여성을 뽑는 자리에 그런 조건을 두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 어떤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나요?
”담당하는 공무원 말이 ‘10년이면 저희도 진짜 최장으로 많이 봐준 거예요. 10년이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이게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해요. 10년이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니까...

그런데 전업 주부들에게 들어보니, 현업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경력이 단절된 분들에게 10년은 1년 같다고 하더라고요. ‘첫째 낳고, 둘째 낳고 하면 10년 금방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어요. 다른 일자리도 아니고,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채용인데... 해당 전형의 취지와 10년이라는 기간에 대한 해석을 봤을 때, 경력 단절 여성들의 상황이 더욱 고려돼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10년이라는 기한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요? 근거가 있던가요?
“법을 만들 당시 가장 나이브하게 봐준 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딱히 10년으로 결정된 배경에 근거는 없었어요. 저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9년 8개월은 되고, 10년 2개월은 안 된다는 건데.

차라리 경력 단절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능력 면에서 미달하는 부분이 발생했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텐데,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라고 만들어놓고 경력에서 차별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도 공공기관이라서 이런 제도가 있었던 것이지, 사기업은 아예 그런 일자리조차 없어서. 그래서 취재하는 과정에 비교할 수 있는 군은 딱히 없었어요.” 

- 취재 과정에서 궁금한 게 생길 때엔 어떻게 해결했나요?
“여성단체와 전업주부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 경력 단절 여성들이 어떻게 재취업하는지부터 이 분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런 것들을 좀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관계된 분들이 흔쾌히 인터뷰를 해 주시더라고요. 

아쉽게도, 기사가 나간 후에 임용령이 개정됐다든지 이런 제도적 변화까지는 이뤄지지 못했어요. 그런데 포털 기사에 전업 주부들의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리더라고요. 기사를 통해 이게 왜 잘못된 것인지, 시민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같은, 여론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보자의 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경력 단절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일자리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면, 10년 넘게 애 키우다가 뭔가 시작해보려는 여성들은 식당밖에 갈 데가 없다.‘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이 분들을 위한 일자리가 너무 한정적이고, 능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격을 상실해서 시도해볼 수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어요.“ 

- 기사를 쓰면서 염려하거나 조심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사실 아직도 이런 기사를 쓸 때 참 어려운 게, 이게 마치 젠더 갈등처럼 받아들여져서... 저는 이런 조치가, 그러니까 이게 남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였어도 똑같이 기회의 박탈 측면에서 접근해 썼을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좀 젠더 갈등, 여성의 문제로만 집중되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고민됐어요.

지금도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기사를 쓸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공감을 얻을 줄 알았거든요. 이 일자리가 소위 말하는 이대남들과 경쟁하는 그런 종류의 일자리도 아니고, 정말 누구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성평등의 관점에서 봤을 때 엄마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아실현 기회가 없어진 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기사가 나간 이후에 날선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 부분은 예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다만, 저희가 댓글에 좌우해서 기사를 쓰는 건 아니잖아요. 댓글은 댓글이고, 기사는 기사니까. 제가 없는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니고. 방송 기사가 분량 상 담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다 보니 궁금증이 남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건 취재파일 같은 온라인 기사나 후속 기사로 이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1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해석이나 후속보도에도 힘쓸 생각이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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