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사 합의로 실시된 <보도본부 성희롱·성폭력 특별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의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SBS 보도본부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크게 설문조사(2022.9.13~2022.9.26)와 사건조사(본 조사) 단계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단계에선 구성원들의 인식 조사와 함께 사건 접수가 이뤄졌다. 이번 실태조사를 담당한 노무법인 측은 총 ‘10건’에 대해 사건조사의 필요성을 확인했으며, 당사자 의사 확인 등을 통해 최종 ‘1건’에 대한 사건조사가 진행됐다. 사건조사의 세부 결과는 보도본부 구성원들에게 공개됐으며, 향후 후속조치 및 예방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노무법인은 최종결과 보고서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 ▲조직 문화 개선 ▲조직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 ▲성희롱·성폭력 구제절차의 체계화·개선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프로세스 마련을 제언했다. 노무법인 측은 “다수의 구성원들이 사건처리 및 관리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인지했으며,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로 문제제기를 어려워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구성원들 간에는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는지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향후 사용자가 성희롱 예방교육 시행을 통해 보호·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도본부 조직의 주요 문제점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구성원들은 ▲서로를 두둔하는 경향성이 강함 ▲잘못한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기보다 술자리나 밥을 사면서 달래는 정도에 그침 ▲문제제기를 한 피해자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이 확산됨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사건을 알게 된 상급자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상급자는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있다고 이야기한 직원의 사례를 묵인 ▲“(행위자가) 널 유독 예뻐하는 것 같다” 정도로 가볍게 넘김 ▲‘그런 거 가지고 그래’라는 등의 태도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포기한 이유로는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왜곡 우려 ▲피해자·가해자 정보 요구 및 누설 ▲피해자는 비난하고 가해자는 두둔하는 조직 분위기 등이 언급됐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의 개발도 시급한 것으로 언급됐다. ▲피해자 보호 조치 ▲신고 내용에 대한 보안 장치 ▲사건 처리 절차와 기한 ▲가해자에 대한 처분 내용 등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거나 대처 방안이 궁금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법인은 “신고 프로세스를 체계화·고도화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피해자(신고자) 신분 보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조직의 현주소와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성희롱·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피해자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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