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사측 공지를 보며 무더운 여름 정장에 넥타이를 턱밑까지 끌어올려 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일터에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삼가고 경계해야 합니다. 퇴근 이후에도 개인의 삶을 엄격히 돌아봐야 하고 동료, 취재원과의 술자리 역시 회사가 정한 기준을 넘지 않았는지 삼엄히 살펴야 합니다. 애매하고 불확실하면 사측에 신고부터 하고 허락을 기다려야 합니다. 개인의 자유보다 회사의 명예를 중시하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권고, 자율을 말하지만, 억압과 규율이 보입니다.

사람을 노동력으로만 여기는 것도 서운한데, 엄벌주의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제 잘못은 징계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내 의사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됩니다. 제대로 망신살 뻗치지 않으려면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수치심이 통제와 억압의 도구로 사용돼 온 예는 역사에 차고 넘칩니다. 

살아있는 조직의 핵심 조건은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자발적 열의와 도전적 창의는 자율적인 조직문화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통제와 엄벌에 더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SBS가 시원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023.07.03.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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