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밖에 모르는 낙하산 사장이 임명됐을 때부터 퇴행은 예견됐습니다. 

이동희 사장은 취임 직후 우려하는 구성원들을 만나 절대 인위적인 기구 개편과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천금 같아야 할 회사 대표의 말이 반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습니다. 방식 역시 구성원 무시와 노조 패싱 그리고 단협 파기였습니다. 이쯤 되면 그를 단협 파기 기술자라고 불러도 손색없습니다. 


이번 기구 개편과 보직 인사의 최대 수혜자 이희근 실장은 어떻습니까? 

누구보다 노조 할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잘 알고 있어야 할 전임 A&T지부장이 조합원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노조를 무시하며 반노동적 기구 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조합원의 뜻을 물어 조합 역사에서 그 이름을 지우겠습니다. 


무엇이 두려워 뒤에 숨어 졸속으로 기구 개편을 단행했습니까?

군사작전 하듯 금요일(6월 30일) 늦은 오후 공지를 통해 토요일(7월 1일) 자 인사를 강행한 배경이 무엇입니까?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라는데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장에서 혼선과 혼란이 쏟아지자 ‘당장은 달라진 게 없으니 기존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다시 팀 옮길 수 있도록 미세 조정하겠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팀장들이 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은 왜 앞에 나서서 이번 기구 개편의 이유를 당당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까?
 

미래 전략을 제대로 갖고 있기는 한 겁니까?

기존 부서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과 사업을 기획실로 빼가고 옮기는 것 말고 또 어떤 전략이 있습니까? 무리한 통폐합으로 기존 인력 쥐어짜고, 사람 덜 뽑아 비용 줄이고, 노동 강도 높이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철 지난 노동 착취를 통해 차세대 멀티 플레이어 육성이 가능하겠습니까? 회사에 온갖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어 놓고 희망과 애정을 갖길 바라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입니까?
 

저들이 없앤 것은 단순히 부서 몇 개가 아닙니다.

평생을 방송 노동자로 살아온 우리의 자긍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피땀으로 인정받아온 전문가의 긍지, 저널리즘 구현에 앞장서 온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빼앗긴 자리에는 내 일터의 앞날을 정하는 일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상실감과 배신감, 사람을 그저 숫자로만 생각하는 경영진에 대한 울분과 적의, 노동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천박한 자본에의 실망과 분노만 남았습니다.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노조의 지난 시간을 반성합니다.

‘지금 가만히 있으면 연말에는 더 큰 피바람이 몰아칠 거다’, ‘부속품으로의 전락을 거부하고 노동자로 살기 위해 싸우겠다’라는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설문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조합원 열 명 중 아홉이 반대하고 있는 이번 기구 개편을 되돌리기 위해 강력히 투쟁하겠습니다. 그 싸움의 시작이 10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전 조합원 집중 피케팅이 될 것입니다. 
 

지난 25년의 조합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려울 때 더 크게 더 굳건히 뭉쳤습니다. 함께의 힘으로 노동 착취와 노조 탄압 기도를 분쇄해왔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이번에도 똘똘 뭉쳐 싸웁시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싸움에 함께 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3.07.08.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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