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부장 출마를 결심했던 때를 생각합니다.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보다 노조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앞에 선다는 두려움보다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에 대한 화가 더 컸습니다. 좋은 기사 쓰고 싶은 기자의 욕심보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렸던 부끄러운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언론 노동자의 절박함이 출마의 마음을 굳히게 했습니다. 

매 순간 확신에 차 행동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험, 재원, 배경, 요령까지 사측을 상대하기에 어느 것 하나 나을 게 없어 모든 순간이 고심의 연속이었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을 SBS본부 조합원 동지들의 굳센 의지와 단결된 힘이 있었기에 조 합의 자주성을, 노동자의 권리를, 공정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습 니다. 작은 보폭일지라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SBS본부의 한 축인 A&T지부에 집행부 궐위라는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A&T 사측의 졸속 기구 개편으로 현장에서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 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태로 걱정이 크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합원 동지들께서 흔들리는 조합을 바로 세워주셨습니다. 적극적 참여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해 집행부 공석 상황을 사고 당일 바로 해소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더 굳건히 똘똘 뭉쳐주신 조합원 동지들의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노조를 더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건강한 집행부가 세워질 수 있도록 A&T 비대위에서 조속히 임원 선거를 준비하겠습니다. 졸속 기구 개편에 대한 대처는 쟁의대책위원 회에서 치밀하게 논의하겠습니다. 조합의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SBS본부 전임자들이 더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조합원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도록 힘쓰겠습니다. 

강건한 조합을 대표하기에 스스로 부족하고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25년 전에 써진 SBS 노동조합 창립선언문을 꺼내 읽습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지만, 불의의 칼날을 막는 방패를 이제 마련합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무뎌질 줄 모르는 칼날을 막기 위해 더 강한 방패를 만듭시다. 고맙습니다.

2023.07.17.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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