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제작업무 경시..수익화 사업에 혈안” 

SBS A&T 사측이 무리한 팀 간 통폐합으로 현업 부서의 업무 효율과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방송 노동자들의 복구할 수 없는 권리를 침해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새롭게 들어선 SBS A&T지부 집행부는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면면히 파악하고, 앞으로의 투쟁 방안을 설정하기 위해 긴급 조합원 간담회에 나섰다. 지난달 28일부터 9월 4일까지 1주일에 걸쳐 긴급 간담회를 15차례 개최했으며, 12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이번 간담회에선 △기구개편 후 현장 상황 청취 △노사 간 교섭 내용 공유 △향후 대응 관련 논의 등이 이뤄졌다. 

비용절감 통한 단기 경영성과 강조..조합원들 "업무효율 크게 떨어져"
기구개편 후 일선 현장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질적인 부서 간 통합으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영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졌으며 곳곳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A&T 사측이 단기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비용절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 조합원은 “서로 다른 업무를 하던 부서를 인위적으로 통합하면서 보고체계, 업무수행 과정에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팀장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팀별 업무의 내용과 양, 그에 따른 적정 인원을 다시 파악해 하루빨리 기구개편을 번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또, 사측이 사장 담화문 등을 통해 약속했던 설명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B 조합원은 “사측이 기구개편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던 설명회는 두 달 넘게 깜깜 무소식이다. 설명회를 해야 궁금한 걸 물어보고 답을 들을 텐데, 왜 계속 미루는지 모르겠다. 노동조합 설문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사측 자체 설문조사라도 진행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개편의 목적과 타당성에 대한 설득은커녕, 조직의 중장기적 비전과 전문성 결여가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C 조합원은 “아직도 궁금한 것투성이다. 책임 있는 사람이 직접 나와서 설명을 좀 해 달라. 사장 회의, 본부회의에서 현안이 논의되고 있을 텐데,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위로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측, 수익화 사업 개발 압박" "업무변경 미동의 시 인사상 불이익 걱정" 
D 조합원은 “사측이 자꾸 수익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데, 기존 업무만으로도 포화상태였다. A&T는 본래 SBS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 아닌가? 전처럼 프로그램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싶다. 입사할 때 동의했던 제작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E 조합원은 “본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용역비 삭감 계획이 없다고 확인해 줬는데, A&T가 이렇게까지 사업 수익을 내려 혈안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유 업무는 무시한 채 현업부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F 조합원은 “당사자 동의 없이 고유 업무를 변경하지 않겠다지만, 거절할 경우 인사평가나 승진, 업무상 불이익이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라며 ”회사가 시니어 직원들을 무능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 한평생을 바쳐온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이밖에도 두 달 넘게 공정방송 부문 최고책임자 중간평가제, 긴급평가제의 대상이 공백 상태인 것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사측이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중한 과실을 저지른 만큼 공적 기구나 제도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A&T 사측이 그동안 보여 온 노동조합 무시 행태가 이어질 경우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이번 같은 간담회를 활성화해 노동조합이 부서별, 연차별 구성원들의 구심점과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노사가 건강한 견제를 통해 상호 발전하는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폭넓게 수렴한 조합원 의견을 실현하 위해 사측에 즉시 교섭을 요구했다. 이미 발생했거나 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러섬 없이 협상할 것이다. 동시에 이번 교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은 단체협약 개정 협상을 통해 본질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동조합은 진정으로 협상에 나서겠지만, 사측의 책임 회피로 협상 틀이 유효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 행동에 나서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은 개인의 영달만을 좇는 몇몇에 의해 우리 일터가 망가지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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