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동관 검증 노력 실종”.. 보도 원칙 물으면 “M, K처럼 하란 말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5일,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후보자 지명에서 임명에 이르기까지 29일 동안 후보자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과 자질을 검증하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졌다. 언론장악 시도, 아들 학교폭력 무마, 배우자 인사 청탁, 배우자·자녀 증여세 탈루, 병역복무 중 취업, 농지법 위반 등 MB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당시 불거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장관급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SBS의 검증 노력은 전무(全無)하다시피 했다. 

지난 5일(화) 저녁, 공정방송실천위원 8명은 목동사옥 14층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오프라인 회의를 갖고 최근 SBS보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별도 서면 의견제출 2명). A 공방위원은 “타사의 검증 보도에 대해 ‘기존에 제기된 의혹들을 재탕 삼탕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동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그런 의혹들을 취재한 뒤에도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애초에 취재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 위원은 “방통위원장이기에 더욱 엄격한 잣대로 검증에 착수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언론 노동자들의 복리에 직접 관련된 인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우리(언론)의 권력 남용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다만, 이동관 씨의 '공산당' 발언이라든지 언론인들이 위협으로 느낄 만한 행보들조차 ‘비판’이 아닌 ‘갈등’이나 ‘논란’ 프레임으로 접근한 점은 매우 아쉽다. 우리도 언론사인데, 마치 남 일처럼 보도했다(서면 의견)”고 지적했다.  

정치권 공방 프레임 안에서 기계적 중립의 스탠스를 유지하며, 당사자인 시청자와 언론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다루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정부 여당의 대(對)언론 행보가 공영방송 때리기에 집중된 만큼 타사 이슈로 여기고 뒤로 물러서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C 위원은 “수뇌부에게 보도 원칙을 물으면 ‘그럼 MBC나 KBS처럼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분위기였다. 개별 이슈 자체가 아닌, 언론 지형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는 식으로 밸류 판단하는 게 바람직한 저널리즘일 수 없다”고 말했다. D 위원은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발제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우리 기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집중해야 할 사안에 인력을 배치하고 취재단을 꾸리는 결정은 위에서 하는 거다. 그걸 못했을 때 질타를 받았던 게 우리 조직이다. 이 사안 보도에 있어 정말 우리가 의지를 가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2. “홍범도 흉상 이전, 대통령의 ‘말’에 드러난 역사관 등 함께 분석할 필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한 최근 우리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됐다. E 위원은 “‘국방부와 학계의 의견이 갈린다’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실 관계를 취재해 더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메인뉴스 기준으로는 낮 동안 보고 들어 알고 있는 구문일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F 위원은 “대통령의 ‘말’은 어떤 식으로든 정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우리 분석도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타사는 광복절 축사나 국립외교원 기념사 등을 통해 드러난 대통령의 역사관, 이념의 강조를 묶어서 나름의 분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뉴스를 통해 합리적이면서도 종합적인 맥락을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가 된 국방부 대변인과 출입기자단 질의응답 브리핑(8/29)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출입기자들이 여러 근거를 들어가며 국방부 입장의 부실함을 지적했는데, 당일 우리 메인뉴스에선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타사는 메인뉴스 리포트와 디지털 콘텐츠로 큰 화제를 일으켰지만, 우리는 다음날에야 콘텐츠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주목도도 뒤떨어졌다. G 위원은 “국방부 브리핑에 시청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정말 궁금해 했던 것들이 담겨 있었다. 브리핑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더라도 기자들의 질문과 국방부 답변을 정리하는 기사가 하나쯤 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H 위원은 "디지털 콘텐츠 생산을 두고 팀 간 소통이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게이트키핑이 엄격하면 저널리즘에 더욱 충실한 기사를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빠른 판단을 요하는 디지털 공간에선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 디지털 파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것 때문에 이번에도 조직을 개편했는데, 지금 같은 기조라면 또 그런 일이 안 벌어지리라는 법 없다. 늦기 전에 의사 결정의 주체와 방식, 방향 같은 것들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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