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 인터뷰⓷ 박찬범 조합원 (보도본부)

“육아휴직은 남녀평등고용법 제19조에 따라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남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누구든지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받아선 아니 된다.” 

우리 대법원은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받아선 안 되는 ‘불리한 처우’에 대해 ‘업무상·경제상 불이익’, ‘복직 뒤 느끼는 생경함이나 두려움’이라고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박찬범 조합원(보도본부)은 부산의 한 대기업 노동자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후 직장에서 받은 불리한 처우에 대해 취재해 8뉴스와 취재파일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우리 사회에 성별과 상관없이 노동자 누구나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정착됐는지를 돌아보는 취지의 기사였다. 
 

 

[8뉴스]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니…400km 먼 곳 발령, 결국 퇴사> (클릭)
[취재파일] 부산 11번, 경남 3번, 서울 중계점, 육아휴직자 이야기① (클릭)
[취재파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입니다, 육아휴직자 이야기② (클릭)
[취재파일] 퇴직금 지급 지연 전자동의, 육아휴직자 이야기③ (클릭)
[취재파일] 회사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자 이야기 ④ (클릭)


- <육아휴직 후 복직하려니…400km 먼 곳 발령, 결국 퇴사> 기사를 어떻게 취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이 2년간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복직을 했는데요. 복직 예정일 8일 전, 인사 담당자로부터 예고도 없이 다른 지점으로 발령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해요. 거주지에서 차로 5시간 거리, 약 400km 떨어진 서울로 발령이 난 것인데요. 맞벌이로 일하는 베트남인 아내가 홀로 4살, 5살 두 아들을 챙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고요. 주말부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14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사실 이 사례엔 복잡한 사연이 많았어요. 사례자가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전에 일했던 지점에서 겪은 일인데요. 갓 태어난 아이의 양육을 돕기 위해 연차를 썼는데 그때마다 점장에게서 폭언을 들었다고 해요.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과 육아휴직 모두 사례자의 발령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사측의 설명에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데스크가 제가 건의한 분량을 거의 다 잡아주셔서 8뉴스 리포트와 출연, 그리고 후속으로 취재파일 4편까지 썼어요. 처음엔 취재파일까지 쓸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사측의 반론을 듣는 과정에서 사례자에 대해 선 넘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결심하게 됐어요. 지금보다 주니어일 때에는 그런 식의 사측 시도에 영향을 받았던 것도 같은데, 취재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제 판단이 서더라고요. 그래서 팩트가 충분히 취재됐고, 불합리한 정황이 있고, 그것을 입증한 서류 문서와 각종 증거들이 있으니 나는 기사를 쓰면 되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 어떤 부분에서 특히 문제의식을 가졌나요?
”사례자에게 가해진 불합리한 처우엔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회사는 자유롭게 쓰는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회사에선 ‘커리어를 포기하는 거냐’ 이런 시선으로 보는 문화가 아직도 있는 것 같아요. 

사례자가 이전 지점에서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례자는 베트남인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가정에 비해 양육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직장에선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이해는커녕 남성이 양육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로 인해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엄마와 아빠에게 동시에 양육의 책임이 있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남성 양육자에 대한 고정관념의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기사를 쓰면서 저도 참 많이 배웠어요. 남녀고용평등법상 누구든지 조건이 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돼 있잖아요. 거기에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에 불리한 처우를 받으면 안 된다,라는 벌칙 조항이 있는데 그 불리한 처우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논쟁이 있었더라고요. 대법원까지 가서 정리된 것인데 첫 번째가 업무상 또는 경제상 불이익이고요. 또 하나가 육아휴직 복직 전후 업무가 현저하게 달라져 근로자가 생경함이나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러한 감정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복직을 꺼리게 만들거나 한다면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있다고 해요.

앞으로 육아휴직에 따른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가를 취재를 할 때는 이걸 척도로 삼으면 되겠더라고요. 평소 숙지를 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관련해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이야기할 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스스로 노동자인 우리들도 잘 알고 있으면 좋겠어요.”

 

- 이번 기사를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육아휴직은 다른 휴직과 성격이 달라요. 노동자에게 단순히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게 하려면 그만큼 양육에도 어려움이 비교적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는 것이고, 대기업들도 육아휴직 장려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잖아요. 육아휴직을 장려한 가운데 복직을 할 때 불리한 처우를 줘서는 당연히 안 되고요. 남녀고용평등법에도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 사업주를 과태료가 아닌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단순히 사례자의 원거리 발령을 문제 삼으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사실 노동자가 본인이 원치 않는 곳으로 발령이 나서 근무하는 경우는 허다하죠. 회사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인사를 낼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다만, 육아휴직을 마치고 온 사례자가 왜 회사를 스스로 관둘 수밖에 없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회사는 사례자를 위해 최선의 배려를 했는지, 사례자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움을 줬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동자 한 명이 대기업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비용은 비용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드는 참 쉽지 않을 일을 결심했는데, 그럴 때 그의 문제제기에 대해 조명하고 기사를 쓰는 게 바로 우리 언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열의를 가지고 끝까지 취재하려 노력했던 기사인데 알아봐주시고 이렇게 큰 상 주셔서 노동조합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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