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개편 후 조직 정상화를 위해 노동조합이 요구한 네 차례 교섭에서 A&T 사측은 단 한걸음도 내딛지 않은 채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양보와 인내는 오로지 노동조합의 몫이었다. 사측은 여전히 명백한 사실관계–단협 위반-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환경 훼손을 감수하며 90일 가까이 인내한 조합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어떻게든 교섭을 이어가면서 양보안을 제시한 쪽은 사측이 아닌 노동조합이었다. 

어쩌면 예상 가능한 결론이었다. 일방적 기구개편으로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거나 단체협약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며 생떼를 부렸던 사측에겐 처음부터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의 인내는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자주적 협상’이란 노사 양측이 함께 의지를 갖고 노력할 때에만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조정신청을 하기로 결단했다. 
  
쟁점 1.
노동조합 “특별합의문 작성” vs A&T 사측 “사장 담화문으로 갈음”
→ 노동조합 양보


노동조합은 투쟁을 시작하며 ‘기구개편 철회 및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들은 체 하지 않고 한 달 넘도록 허송세월이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팔다리를 자르는 심정으로 사측에 ‘노사 특별합의문 작성’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업무 변경 시 당사자 동의 필요 △임금삭감, 인위적 인력감축 금지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평가 위한 새로운 대상자 선정 △현장 혼선 해소를 위한 노사 협의체 신설 등이 그 내용이었다. 사측이 앞서 입장문(7/13)을 통해 지키겠다고 한 것들을 확약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측은 단체협약 위반 상태인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대상자 변경’ 건만이 합의의 대상이라며 나머지 내용은 사장 명의의 담화문에 넣는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나섰다. 노동조합은 기구개편 후 노동조건의 후퇴를 걱정하는 조합원들의 우려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현실을 염려해 한발 더 물러서기로 결단했다.

이처럼 가장 먼저, 가장 큰 단위의 양보를 한 쪽은 노동조합이었다. 
 

쟁점 2.
공정방송 최고책임자 평가대상자 변경 건  
노동조합 조건부 양보


엉터리 기구개편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업장엔 단체협약이 보장한 ‘공정방송 최고책임자에 대한 중간·긴급 평가제’가 사라진 상태이다. 복구될 수 없는 방송 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이 기약 없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임기 1년 뒤 평가하는 중간평가제는 제외하더라도, 긴급성을 요하는 긴급평가제 대상자가 사라진 것은 그 즉시 단체협약 제41조를 어긴 것이다. 사측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협상 내내 사측은 “대상자 변경은 언제라도 합의하면 될 일”, “공백은 합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기구개편 이후 2~3일 사이 노조가 투쟁을 시작하면서 논의의 시기를 놓친 것일 뿐”이라는 황당한 설명도 등장했다. 사측은 기존 대상자인 보도영상본부장 보직이 사라지면서, 신규 보직인 방송제작본부장을 평가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조합은 현 방송제작본부장이 공정방송 이슈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보도영상 제작 경험이 없다는 점과 해당본부에 공정방송 이슈와 관련 없는 팀이 섞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하루빨리 단체협약 위반 상태를 해결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의지를 반영해 ‘사장 담화문에 대상자 공백 발생 책임에 대한 사과 표현을 담을 것’을 조건으로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역시, 노동조합의 양보였다. 


쟁점 3. 책임데스크제(가칭) 도입
→ 사측 거부

불필요한 협의 절차와 생소한 근무환경 노출로 현장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에 따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측에 현업 부서 업무 혼선 최소화를 위한 책임데스크제(가칭)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측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칫 이번 기구개편에 대한 사측의 과실 인정, 입장의 후퇴로 비쳐질 것이란 게 이유였다. 사측은 또한 팀장 단위에 확인한 결과, 우리 사업장에선 현재까지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통합/분리된 부서는 기존 업무와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책임데스크제가 기존 팀장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졸렬한 태도가 이어졌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협상 결렬의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 노동조합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합리적인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그 과정에서 견해차를 메우기 위한 사측의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협상에서 답을 찾지 못한 노동조합은 이제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우리의 노동환경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물러섬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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