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규제가 풀리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집니까? 검찰이 언론사를 제집 드나들듯 하고 방통위와 문체부, 방심위 등 정부여당이 한통속으로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있는데, 일단 우리는 빗겨있으니 다행입니까? 언론의 본령인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일에 알아서 무뎌지고 스스로 내부 검열과 통제를 강화해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이미 제작한 콘텐츠를 권력의 눈치를 보며 고치고 삭제해도 괜찮습니까? 

언론 노동자로 살아가기 힘든 요즘입니다. 무도한 정권은 실정과 무능을 가리기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비판 기사를 가짜뉴스로 낙인찍어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반국가세력, 사형, 폐간 같은 반민주적, 반헌법적 발언을 쏟아내며 언론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눈엣가시인 비판 언론을 장악하고 이를 본보기 삼아 전체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혈안입니다.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를 말살하려고 했던 어떤 시도도 종국엔 실패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을 겨눈 정권의 서슬 퍼런 칼날보다 우리를 향한 시민들의 불신과 냉소가 더 무섭다는 것을.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섭시다. 언론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싸움에 결연히 함께합시다. 

SBS 안에서도 노동의 가치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님을 87일째 외치고 있지만, SBS A&T 사측은 여전히 노동자를 기계 부품쯤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90%가 반대하는 졸속 기구개편 시행 석 달, 조합원 여러분 행복하셨습니까?

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부서 발령을 냈다가 조합에서 항의하자 슬그머니 두 달 뒤 복귀 인사를 냈습니다. 이질적인 부서 간 욱여넣기식 통합으로 서로를 경계하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팀 간 장벽은 되레 더 높아졌습니다. 불필요한 소통 비용이 늘면서 업무 효율성은 떨어졌고 단기 수익을 좇는 사업화 압박은 거세졌습니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에 대한 긴급평가, 중간평가제도는 사라졌습니다. 지난 7월 1일 SBS A&T 졸속 기구개편 이후 우리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구성원 무시, 단체협약 위반, 노동조건 후퇴,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속상하고 화나지만,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습니다. 약속했던 설명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경영권, 이 세 글만 반복해 앞세우며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보일 뿐입니다. 

SBS A&T지부 새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하며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합원이 힘든 길 보다는 조합 집행부가 힘든 길을 걷겠다”라고. 그 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A&T 지부 전임자들은 진정을 다 해 사측과 협상했습니다. 먼저 양보하고, 수차례 인내하며 합의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엇보다 졸속 기구개편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 구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다. 후속 조치도 없다’라며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사측을 상대로 교섭을 더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시간을 흘려보내면 현장의 불만도 저항의 목소리도 차츰 사그라질 거라는 교활한 기대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분노를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야 할 때입니다. 더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입니다. 더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 시작으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행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결정의 순간마다 조합원의 뜻을 묻고 확인해 함께하는 싸움을 하겠습니다. 빼앗기고도 저항하지 않는다면 저들은 우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빼앗으려 할 겁니다. 행동해야 할 때 침묵한다면 우리는 싸울 기회조차 잃게 될 겁니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희망차고 밝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불의와 부당에 비굴하게 타협하지 않고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노조와 뜻을 함께해주시는 조합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분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우리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맙시다. 행복해지기를 포기하지 맙시다. 고맙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쟁의대책위원장 드림
                     

“살다가 때로는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직접 나서서 싸울 수 없을 때도 있다. 
괜찮다. 그럴 때는 우리를 대신해 싸우는 누군가를 응원하면 된다.
그 응원에서 다시 행동은 시작된다.”

-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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