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때가 떠오릅니다. “젊음의 패기” 하나로 세상 두려울 것이 없을 때였습니다. 6개월의 수습교육은 머리와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을 바꾸는 시간이었고 스스로 모자람을 인정하기에 짧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선배들에게 배우는 노하우와 현장에서 체득하는 지식을 통해 비로소 업무에 필요한 전문가가 되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고유의 업무에 전문성을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측 논리라면 오랜 세월 전문성을 키워온 업무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짠 시간표에 맞춰 이 일 저 일 하는 멀티 플레이어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원치 않는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측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고 당사자 동의 없이 업무 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약속의 형태로 합의문에 넣어달라는 조합의 요구는 일관되게 무시해왔습니다. 결국 조합은 평가제를 제외한 △고유 업무의 변경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화문에 넣겠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고 살을 깎는 심정으로 양보안인 노사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합에서 해결책을 제시했을 뿐 사측은 어떤 자구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조직개편으로 노동조건과 환경의 후퇴가 발생했는데 조합만 대안을 제시할 뿐이었습니다. 이 조차도 최선이 아니라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었습니다. 노사협의체는 현장의 혼란을 해결해보고자 구성하는 것인데 결국 사측이 아무것도 받아주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고유의 업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으로 회사가 인정하는 보직자로서 데스크를 임명해달라고 선제적으로 요구했던 것입니다. 경영권은 회사에 있고 인사권과 평가권은 회사가 임명한 팀장에게 있으니 고유의 업무를 배정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요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협상 결렬의 모든 책임을 조합에 돌리고 있으니 아전인수가 따로 없습니다.

매번 조합이 한발 다가가려 노력했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주구장창 경영권과 인사권만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애초에 조합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려는 것일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측과 대화가 원활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조합은 우리의 합법적 권리 행사를 위해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열흘간 두 차례에 걸쳐 사측과 조정회의를 거칩니다. 언제나처럼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해 조정에 임할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저희는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노동조합입니다. 조합원이 불편과 불이익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비단 당장의 문제만이 아님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사측은 노동쟁의 조정 신청이 마치 부당한 행위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지만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조합의 권리입니다. 조합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현장 곳곳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을 조합원들을 생각하며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10.17
홍종수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수석부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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