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건 없습니다. 지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측의 선의로 이룬 게 아니라 지난 25년간 우리가 피땀으로 싸워 얻어 낸 결과입니다. 노조의 지난 4반세기는 정권에 굴종하고 자본의 이해에 충실했던 어두운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언론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었습니다. 

숱한 회유와 압박, 사적 동기를 이겨내고 지난 25년간 노조를 든든하게 지켜주신 모든 조합원께 진심을 담아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이룬 것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는 것처럼 오늘은 요구에 불과한 것들이 우리가 하나로 뭉쳐 쟁취해낸다면 내일엔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맙시다.

안팎에서 우리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무도한 정권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방법으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불공정과 비상식, 부정의가 판을 치고, 권력에 편승한 자본은 노동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언론 노동자들의 대단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사업장에서의 민주주의 후퇴도 우려스럽습니다. 단기 수익 극대화만을 좇아 노동조건의 불이익 변경을 시도하는 일이 SBS A&T에서 벌어졌습니다. 회사의 미래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바라는 구성원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정한 거니 군말 말고 따르라는 강압과 퇴행만이 존재합니다. 진정 회사와 우리의 앞날을 위한 일이라면 구성원의 92%가 반대할 리가 있겠습니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타협하는 것은 지는 게 아닙니다. 양보는 힘 있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용기라고 믿습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와 노사 갈등으로 생략했던 노조 창립 기념식을 오늘 저녁(18시 30분, 목동 사옥 13층 SBS홀) 진행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의 결의와 헌신으로 25살 청년으로 자란 노동조합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십시오. 

우리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과 함께 나눴던 조촐한 점심 생일상은 구내식당 공사로 올해는 커피차와 기념 떡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땀의 가치를 믿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25년 전 우리 일터에 노조 깃발이 내걸린 의미를 생각하며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굳건히 함께 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항상 조합원의 뜻을 받드는 노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쟁의대책위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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