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영방송의 경영규제, 법적 문제는 무엇인가(공동주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한국공법학회)>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당일 오후 SBS 뉴스 홈페이지엔 보도본부 소속 기자가 작성한 2개의 디지털콘텐츠(온라인 스트레이트, D리포트)가 출고됐다.

“민영방송 '소유·경영 분리' 재허가 조건, 법적 근거 부족”
[D리포트] “민방 '소유·경영 분리' 재허가 조건, 법적 근거 부족”

 

해당 기사는 “민영방송에 대한 경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왔다”며, “경영자의 경영을 제한해 얻는 공익적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방송의 균형성이나 객관성, 다양성을 보장할 완화된 제한 수단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했다. 특히 “재허가·재승인 때 민영 방송사업자들에게 부과하는 '소유·경영 분리' 조건은 방송법에 뒷받침할 규정이 없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민영방송 경영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며, 기사는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소개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권영세 의원은 “초법적인 재허가, 재승인 조건들이 글로벌 시장을 뛰어야 할 국내 민영방송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축사를 맡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가 재허가·재승인 때 부관을 통해 노동문제에까지 개입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석한 한 교수는 ”지상파 등 레거시 미디어 사업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추가 완화가 재고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만큼 이번 기사는 명백히 SBS가 이해당사자에 해당한다. 현재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중에 있으며, 다음 달 그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3년 전 SBS는 KBS 2TV와 함께 ‘조건부 허가’ 유효기간 3년을 부여받은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SBS에 대해서 ‘2007년도 변경허가(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법인 분할)시 제출한 이행각서 및 2020년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출자자 변경 사전 승인 시에 제출한 이행각서를 준수하고 소유와 경영분리를 실현할 것’, ‘최다액출자자 등에 유리한 보도, 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방송이 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 재무 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보도본부는 최근 SBS 경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재점검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3분기 노사협의회와 보도편성위에서도 사측 관계자는 '우리 보도를 향한 공정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디지털콘텐츠를 포함해 데스킹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엔 그간 보도본부 수뇌부가 요구해 온 수준의 ‘객관’과 ‘중립’이 적용되지 않았다. 정부여당 관련 인물의 의혹 보도, 혹은 정책 비판 기사는 초 단위 시간까지 신경 쓰며 쌍방의 주장을 ‘똑같이’, ‘공방’의 프레임으로 다뤄온 것과 대조적이다. 토론회 패널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을 빌려 사측은 규제 완화 관련 자사 이익과 일치하는 주장들을 자세히 전달했다.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기사는 발제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타 대부분의 D리포트들과 달리 전략회의나 상황판 등에서 그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으며, 해당 출입처(방통위) 기자를 제외한 같은 팀 동료들 조차 발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창사 이래 SBS는 대주주의 방송 개입 논란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고 그때마다 공정성을 의심받아야 했다. 소유 경영 분리는 SBS가 지상파로서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측 스스로 소유 경영 분리를 공식 선언한 것만 2005년, 2008년, 2011년, 2017년 4차례다. 사측은 대주주의 사익을 좇아 객관성을 잃은 일방의 주장을 기사로 내보내는 대신 지상파로서 주어진 공적 책임을 다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SBS 구성원과 시청자들은 지난날의 과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여전히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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