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 인터뷰 ③ 김민정 김혜영 원종진 이현정 정반석 제희원 조윤하 기자 (보도본부) 

SBS 보도국의 2030세대 기자 7명이 모여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더 스피커>라는 이름으로 매주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더 스피커>는 레거시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정형화된 대상, 정형화된 방식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우리 사회에 혐오와 갈등이 판치는 동안, 언론이 관찰자적 시선과 기계적 중립을 견지하느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도 담겼다. 각 기자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채,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고 매주 자유롭게 취재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제3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수상자인 보도본부 <더 스피커>의 기자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스브스 프리미엄 <더 스피커>
https://premium.sbs.co.kr/corner/list/thespeaker (클릭)

- <더 스피커>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매일 방송 뉴스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2분 안팎의 기사로 시의성 있는 내용을 최대한 쉽고 중립적으로 다루다 보면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습니다. 뉴스에서 전해야 하는 다른 사안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온라인이라는 좀더 자유로운 플랫폼을 통해서 분량과 깊이, 형식에 제한이 없는 기사를 쓰고자 <더 스피커>를 만들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혹은 낯설어서 뉴스에 다루지 않은 기사를 쓸 수도 있고요. 진짜 소외된 목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싶었습니다.”  


- 보도국의 많은 기자들 중에서도 7명의 기자들이 함께하기로 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서로의 뜻을 확인했는지. 평소 교류가 있던 사이였는지요?
“차별과 불평등 같은 관심사를 개인적인 앎에 그치지 않고 기사로 풀어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비슷한 갈증을 느끼던 동료들과 오며가며 이런 고민을 나눴고, 서로를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7명이 모여 시작하게 됐습니다. 소속 부서의 출입처 취재가 우선이다 보니 현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기적으로 기사를 출고하려면 인원이 많을수록 좋겠더라고요. SBS 구독 플랫폼인 '스브스 프리미엄' 팀에 새 코너를 먼저 제안했고 기꺼이 반겨줬습니다. 어쩌다보니 7명이 시작했지만, 필진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열린 플랫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관심사가 모여야 다양한 기사가 나오니까요. 올해부턴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이 있는 시민사회부 김형래 기자가 합류해 기대가 됩니다.” 

[더 스피커] '성범죄' '갑질 피해'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얼마나? (김민정 기자)

성평등에 기여한 기사를 여럿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쓰게 된 계기, 왜 해당 소재를 다루고 싶었는지 각각 듣고 싶습니다.

클릭 ☞<''나쁜아빠들' 드러내려 했지만 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조윤하 기자)
-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 인터뷰


클릭 <“여성 대리기사는 이 바닥에서 죄인 아닌 죄인입니다”>  (원종진 기자)
- 방치된 노동 현장의 ‘펜스룰’, 누군가에겐 다른 나라 법인 <남녀고용평등법>


클릭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될 권리가 있다> (이현정 기자)
- 장애부모의 양육, 돌봄의 대상을 넘어 돌봄의 주체가 되는 일


클릭 <“미친 게 아니라 아픈 거예요”...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 가족의 삶> (김민정 기자)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저자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 인터뷰


클릭 <'유모차 대 유아차' 논쟁이 보여주는 어떤 현실> (조윤하 기자)

클릭 <“마치 여성을 갖다 파는 것 같아요” 여전한 국제결혼 불법 광고> (이현정 기자)
- 불평등한 관계의 시작, 그리고 비극


클릭 <‘더 많이 가리지 않아서’가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조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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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성별 갈등은 격화하고 차이는 여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이현정 기자)
- 여성단체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내년 총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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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이후 4년이 지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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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성범죄' '갑질 피해'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얼마나?> (김민정 기자)
- 하반기 들어온다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저출생 구원투수' 될까


<'유모차 대 유아차' 논쟁이 보여주는 어떤 현실>

조윤하 기자
“이유 없는 낙인이 마치 공격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권고한 '유아차'를 썼다는 사실이 사상검증의 요소로 사용되고, 집단 공격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원고를 내고 나니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아차' 자막을 사용한 제작진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혐오 폭력'이라는 것을 더 명확히 표현했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성만을 강조하는 유모차 대신 성평등 용어인 유아차를 사용한 게 결코 낙인이나 표적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 또한 남초 커뮤니티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공격의 정당성도, 실체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평등 언어 사용에 대한 공격이 중단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더 스피커] '유모차 대 유아차' 논쟁이 보여주는 어떤 현실 (조윤하 기자)
[더 스피커] '유모차 대 유아차' 논쟁이 보여주는 어떤 현실 (조윤하 기자)


<‘더 많이 가리지 않아서’가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조윤하 기자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아서' 숨진 지 1년이 됐습니다. 우연히 이란 정부가 아미니 추모 행사를 막고, 오히려 희생자 가족들을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들불처럼 번졌던 히잡시위는 동력을 잃었고, 정부는 여전히 여성을 억압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지만 히잡을 썼다는 게 죽음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거란 생각에 해당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관심갖지 않았던 건 나였구나'란 생각에 우선 반성했습니다. 무관심하던 사이 이란 정부는 기술을 동원해 악랄하게 여성을 감시했고, 법안까지 제정해 억압했습니다. 멀리서라도 같은 마음으로 더 지지하고, 더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스피커] ‘더 많이 가리지 않아서’가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조윤하 기자)
[더 스피커] ‘더 많이 가리지 않아서’가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조윤하 기자)


<“여성 대리기사는 이 바닥에서 죄인 아닌 죄인입니다”>

원종진 기자
”국회에서는 매일 많은 토론회들이 열립니다. 처음 정치부 출입기자로 왔을 때에는 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일정표 상의 행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스피커 코너의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일정표 상의 텍스트로 올라와있던 토론회들 중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다뤄지는 행사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자세한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방송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8시뉴스를 생산하는 것을 주 업무로 삼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그 장르가 담아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해져있는 형식,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문법의 틀을 앞세웠다면 50대 여성 대리기사들의 인터뷰를 이렇게 긴 형태로 담아내진 못했을 것입니다. '방송뉴스의 위기'가 상투어가 된 시대에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 현상들을 바라보고, 어떻게 담아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더 스피커] “여성 대리기사는 이 바닥에서 죄인 아닌 죄인입니다” (원종진 기자)
[더 스피커] “여성 대리기사는 이 바닥에서 죄인 아닌 죄인입니다” (원종진 기자)

 

<“마치 여성을 갖다 파는 것 같아요” 여전한 국제결혼 불법 광고>

이현정 기자
“'우리 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다뤄온 역사'에 대해 한번쯤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분명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단죄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왔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결혼 불법 광고' 역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여서 다뤘습니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공간이 농촌마을 현수막에서 유튜브로 옮겨간 것뿐입니다.” 

[더 스피커] “마치 여성을 갖다 파는 것 같아요” 여전한 국제결혼 불법 광고 (이현정 기자)
[더 스피커] “마치 여성을 갖다 파는 것 같아요” 여전한 국제결혼 불법 광고 (이현정 기자)


젠더, 소수자, 인권의 이슈가 디지털 플랫폼 공간 뿐 아니라 TV 뉴스인 SBS8뉴스 등에서도 다뤄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 <더 스피커>가 추구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만든 아이템 중에는 8뉴스에도 보도된 것들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인터뷰도, 전장연 관련 인터뷰도, 국제결혼 불법 광고와 장애 부모의 육아 관련 글들 모두 8뉴스 리포트로도 소화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비디오머그용 아이템으로도 별도 제작해 출고했습니다. 

출판사 '창비'가 <더 스피커>의 글 <출근길을 막아선 전장연 시위, 그 30분이 바꾼 것>을 보고 협업 제안을 해와, SBS와 출판사 간의 콜라보 작업도 성사시켰습니다. 그 결과, <"미친 게 아니라 아픈 거예요"...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 가족의 삶>, <'이태원에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해 주세요> 아이템 등을 스프 글 기사, 8뉴스 방송 기사, 비디오머그 영상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했습니다. 사회적 담론의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다양하게 만들고, 디지털 업무와 8뉴스 업무간 경계의 벽을 허무는 데 작게나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프 글만 놓고 보면 누적 조회수는 수십만 회 정도인데, 이는 '비주류'의 담론이 특정한 일부의 관심사안에 그치지 않음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먼만큼, <더 스피커>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희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그 다음'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끝)

지난 12일 시상식 당시 (왼쪽부터) 김혜영 기자, 이현정 기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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